◆기업호민관 리포트 규제 이것만은 풀자◆

대구지역 시장 상인들이 서민금융에 큰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2%대 낮은 금리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서민들에게 금융혜택을 주겠다는 미소금융이 실제로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이들 말을 옮기면 미소금융을 받는 것은 로또와 같고 미소금융을 받을 정도라면 기존 금융회사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태는 비단 대구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간혹 혜택을 받은 선택된 서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오히려 질시의 대상이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서민금융의 패러독스 때문이다. 서민금융은 복지와 금융이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복지 측면에서 보면 낮은 금리로 많은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 측면에서는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금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순환이 안 된다. 미소금융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한 결과 간판은 복지를 걸고 사업은 금융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제한된 서민들에게만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당국에서도 그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미소금융 조건을 완화해 공표했다. 그러나 서민금융 패러독스 본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복지의 길로 들어서면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금융의 길로 가면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사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00억원 규모인 미소금융은 성인 인구 중 20% 이상인 82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간 20조원 규모 서민금융에서 채 1%도 안 된다. 서민금융 문제를 제도로 해결하는 일은 애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미소금융이 서민금융 시장에서 지렛대 구실을 하도록 하거나 아예 복지정책 쪽으로 전환하는 선택만이 남아 있다. 아니면 복지와 금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주로 일본계인 국내 대부업체들은 매출액 대비 평균 20%대에 가까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실질 수익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들이 신용등급 7~10등급인 서민을 상대로 은행권보다 실속 있는 사업을 영위한 비결은 바로 자금조달 방법을 제한한 현행 제도상 문제점에 있다. 대부업체가 수신 없이 여신만 할 수 있다는 제한 때문에 일본계 자금이 주로 여기에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20%에 달하는 이 초과이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서민과 소액투자자에게 이익을 나눠줄 수 있는 새로운 제도 창출이 가능하다. 이로써 서민금융 금리를 10%포인트 낮추고도 투자자들에게 10%포인트 이상 이익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

바로 P2P(Peer-to-Peer) 금융이 그 방법이다. 우리가 G마켓 같은 온라인 상거래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팔 듯이 P2P 금융은 금융 소비자와 금융 공급자가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기반한 이 금융은 현재 세계적으로 새로운 금융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버진머니나 프로스퍼 등 많은 P2P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서민금융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통과된 미국 금융개혁안도 이러한 P2P 금융에 대한 내용을 별도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온라인 상거래에서 세계를 앞서 나간 실력을 갖추고 있다. 서민금융도 앞서갈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적절한 규제 개선이 이뤄진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액 창업자금을 위한 집단투자에 대해서는 대부업자가 아니라 엔젤투자자로 인정돼야 한다. 이러한 집단투자자(마이크로엔젤) 활성화를 가로막는 유가증권신고서 등 규제가 인터넷 환경에 맞춰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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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호민관ㆍ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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