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아이패드가 없어서 못 팔고 외국 판매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는 종업원들이 살인적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공장 노동자들이 거의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고용상태 때문에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직원 투신자살이 잇따르는 대만 팍스콘의 중국 선전 공장에 대해 애플, 델, HP 등 IT기업들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대만 훙하이그룹 자회사 팍스콘은 애플 아이팟과 아이패드 부품을 비롯해 델 컴퓨터와 노키아 휴대전화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팍스콘의 선전 공장에서는 지난 1월 23일부터 4개월간 12건의 투신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0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자살을 기도한 종업원은 모두 25세 미만의 젊은이다.
팍스콘의 주요 원도급사인 애플은 자체적으로 조사단을 꾸려 팍스콘이 내놓은 자살사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부품 생산시설에 대한 조사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다울링 애플 대변인은 블룸버그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이 비극적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HP는 이메일 성명에서 "비극을 초래한 팍스콘 관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도 자체 생산시설의 노동 기준을 하도급업체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의 조치는 팍스콘 선전 공장에서 종업원 자살이 잇따르는 가운데 원도급사들이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이 공장에서 일어나는 연쇄 투신사건은 노동조건과 관련 있다는 게 중국과 홍콩 노동 전문가의 시각이다. 노동 인권단체들은 팍스콘 노동자들이 월 최저임금인 900위안(약 16만3600원)을 기본급으로 받고 대부분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측이 법정 노동시간 초과근무를 강요하거나 묵인하고 있으며 군대식 근무 방식과 단순반복 노동이 스트레스를 주고 자살로 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26일 오후 팍스콘의 모기업인 훙하이그룹 창업주 궈타이밍 이사장은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사과했다.
그는 중국 선전 팍스콘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지하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모든 사회, 모든 대중, 우리의 모든 근로자와 가족에 대해 최고의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궈 이사장은 타이베이에서 팍스콘 선전 공장으로 직접 건너가 대만, 홍콩, 중국, 외국 기자 300여 명과 함께 공장을 둘러본 후 이같이 사과했다. 그는 또 자살 후 팍스콘이 지불하는 위로금이 너무 많아 자살 풍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어 회사 측이 위로금 액수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궈 이사장은 "일부 자살사건은 젊은 남녀 간 감정 문제도 개입해 있으며, 어머니 앞에서 투신자살한 사례도 있다"며 "가족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기업이 유사한 사건이 재발생하는 것을 막기는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매일경제,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 뉴욕 = 김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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