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포커스- 나로호 발사D-12

 지난 2002년 8월, 월드컵 4강 진출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았을 무렵, 또다른 ‘꿈☆’을 이루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바로 대한민국 땅에서 쏘아올리는 첫 우주발사체(Space Launch Vehicle) ‘나로호(KSLV-Ⅰ)’ 개발 사업이었다. 이제 우주를 향한 꿈이 실현될 날이 불과 ‘D-12’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2호’를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시간은 불과 540초. 9분을 위해 나로호는 무려 9년 가까이 기다려왔다.

 ◇풍선과 완벽히 동일한 원리=우주발사체는 쉽게 말해 ‘로켓’이다. 우주로 인공위성 또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이 운송수단의 원리는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풍선을 불어 입구를 막고 있다가 손을 놓으면 날아가는 원리와 완벽히 일치한다.

 풍선 입구와 반대편의 압력 차이가 풍선을 미는 원리다. 작동원리는 간단하지만 중력 탓에 엄청난 무게의 로켓을 쏘아올리는 것이 불과 60∼70여년 전만 해도 인류에게는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첨단’ 아닌 ‘극한’ 기술로 승부=극한의 우주 환경으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기 위해 인류는 ‘첨단’보다는 ‘극한’의 기술에 도전해왔다.

 유럽에서 상업용으로 크게 성공한 ‘아리안’의 탱크 길이는 42m이지만 두께는 1mm다. ‘보다 가볍게’라는 전 세계 로켓 개발의 지상 과제에 최대한 다가선 셈이다. 탱크 내부에는 약간의 헬륨 가스를 채워넣어 풍선과 같은 효과를 냈다. 특수 금속도 아닌 1㎜의 얇은 금속으로 42m짜리 탱크를 둘러쌀 수 있는 비밀이다.나로호는 발사 후 55초면 음속을 돌파한다. 자동차와 동일하게 액체엔진을 사용하는 나로호 1단은 500㎏의 연료를 단 1초에 태워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1분에 주파하는 속도로 날아오르는 나로호의 총 중량은 140톤, 탑재되는 과학기술위성2호는 100kg의 소형급이다.

 액체 엔진을 사용하는 1단은 러시아가, 킥모터(고체 모터)를 사용하는 2단은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됐다. 발사 추진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외에 43개 대학·연구소가 기초기술 위탁연구에, 160여개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한 거대 프로젝트다.

 ◇나로호, 2차 발사에 이르기까지=지난해 8월 25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미완의 꿈’에 그쳤다.

 정상 이륙 후 1단 추진 비행을 성공정으로 수행했지만 비행도중 위성덮개인 페어링의 한쪽이 분리되지 못했다. 이후 1·2단 분리, 2단 킥모터 연소, 위성분리 등이 정상 진행됐지만 위성은 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초속 8㎞)를 내지 못했다. 이후 조사위원회는 페어링의 전기적 또는 기계적 결함으로 실패 추정 원인을 최종 결론내렸다.

 이번 2차 발사에서는 페어링 전기배선 장치 방전 대책을 마련하고 페어링 분리 화약장치 기폭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회로도 보완했다.

 비록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1차 발사로 인해 우리나라는 우주발사체 설계부터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하고 나로호 상단의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남아있는 성공 조건들=‘핀포인트’로 표현하는 단일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나로호 2차 발사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과거 해외 실패 사례의 대부분이 ‘추진시스템’인데 나로호는 매우 안정된 추진체를 보유했다는 설명이다.

 발사 예정일인 6월 9일은 일식 조건 등을 고려한 ‘하늘문이 열리는 시간’인 발사윈도(Launching Window)와 기상조건 등을 분석해 결정됐다.

 예상 발사 시간은 16시 30분에서 18시 40분 사이에서 당일 결정된다. 당일 궤도상의 해외 위성과의 충돌 가능성과 낙뢰·바람 등 기상 조건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