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표류할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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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주 유네스코-WTA 과학도시연구센터 소장(한남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 성장을 위해 온 국민의 땀과 열정을 쏟은 결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 반열에 올랐다. 이 같은 배경에는 또한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기초과학 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비슷하다. 민간 부문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이 이미 기초과학 분야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는 체계적인 지원과 집중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구축하기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기초과학 연구 중심의 과학도시가 갖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리는 인구 50만명의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이후에 1990년 통독 당시에는 시민의 15%가 실업자인 암울한 도시였다. 그러나 통독 이후 정부 주도의 기초과학연구소 유치, 재학생 3만5000명의 독일 최대 기술대학인 드레스덴공대 등 10개 대학과 3개 막스플랑크연구소, 5개의 라이프니츠연구소, 10개의 프라운호퍼연구소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모인 대규모 과학도시로 성공적인 변모를 했다.

 현재 세계 80여개국 7000여명의 물리학자와 7000여명의 엔지니어가 모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스위스의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경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우수한 두뇌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 12개국이 설립한 공동 연구소다. 이 역시 하나의 과학도시라 불러도 무방하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1959년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를 구축해 IBM·시스코 등 글로벌 첨단기업을 유치하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RTP 주변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듀크대, IBM과 모토로라를 포함한 170여개 글로벌기업의 연구기관, 120여개의 연구소, 170여개의 첨단기업, 90여개의 기업 지원기관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해 모방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 역량에서 개도국 중에는 선두주자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최대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학 강국 달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세계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역사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선지 과학벨트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며, 천안함 사건 이후에는 아예 수면 아래로 잠수한 느낌이다. 혹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근본적인 전략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안이 1년이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정작 사업 시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예산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치권은 하루라도 빨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조속한 법안 통과와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강병주 유네스코-WTA 과학도시연구센터 소장(한남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kbj20@h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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