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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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세계경제 지각변동’이라는 이름으로 릴레이 토론회를 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간 이후 열린 토론회다 보니 참석한 모든 이들의 이목이 세계 경제 문제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 토론회에는 학계, 기업, 정치권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러다임 변화 △경제 성장 전망 △자본주의 기조 변화 가능성 △미국의 지위 변화 및 중국 부상 △달러 대 유로 △세계 산업지도 변화 등 다양한 주제로 참여해 생각을 나눴다.

 이 책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는 여덟 가지 핵심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벌인 토론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았다. 토론 당시 발제문과 열띤 토론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치열하게 오가는 질문과 대답 속에 금융위기의 중요 쟁점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첫 번째 토론에서는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과 특징, 그리고 위기 이후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글로벌 불균형과 규제를 넘어선 금융상품 등이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전문가들은 금융과 통화의 문제는 위기의 도화선이 됐을 뿐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데 동의를 표했다. 또 경제 전망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의 질적 변화 가능성, 금융 규제 방식 등이 주로 거론됐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과 자원난을 우려했다. 특히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는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이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경제위기로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면서 “거대한 질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금융위기가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했다. 박세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 중심의 국가발전전략보다 외교·안보·문화예술·정치·종교까지 아우르는 국가전략이 필요한데 한국에선 이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것이 바로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구현·홍순영·김용기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1만5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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