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오 서브원 사장(59)의 집무실은 현장이다. 본사 사무실에서는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다. 잠시라도 짬이 나면 현장을 찾는다. 고객을 방문하고 현업에 있는 직원을 직접 만난다. 수행직원 없이 사전 예보도 안 하고 불쑥불쑥 찾는 게 다반사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소통입니다. 고객 또는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은 경영자의 첫 번째 임무입니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직원과 소통을 위해서는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현장에 직접 내려가 대화의 장을 만들고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현장에 정답이 있다’는 김 사장이 직장 생활에서 깨우친 ‘1번 경영원칙’이다. 그는 2000년 LG상사 경영지원 부사장을 시작으로 LG그룹 정도경영 TF 부사장, 서브원 대표까지 10년 가까이 LG에서 최고위 임원을 지낸 샐러리맨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76년 입사한 경력까지 치면 30년 넘게 LG에 몸담았다. 현장 경영은 밑바닥 사원 시절부터 쌓은 경험 때문이다.
“톱에 있는 경영자는 배려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조직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회사에 자신을 맡긴 직원을 회사가 책임지고 키워주는 건 경영자의 책무입니다.”
서브원에서 김 사장은 ‘맏형’으로 통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들어주고 직장 선배로서 인생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대표와 직접 대화할 기회가 없는 말단사원, 입사 연차가 낮은 신입사원, 여직원 등이 김 사장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최근에도 직원과 소통을 위해 야구장 응원 행사 아이디어를 냈다.
“서비스업 특성으로 근무지가 지방 공단인 직원이 많습니다. 본사와 비교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 야구 응원을 명분 삼아 4월 부산을 시작으로 청주·대구·광주까지 2개월 동안 5개 지역 직원과 만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점퍼 차림으로 야구장을 찾아 격의없이 어울린다. 준비된 만남은 사전에 부담을 느낄 뿐더러 틀에 박힌 이야기만 나오게 마련이어서 즉석 만남을 더 좋아한다.
서브원 사업 모델은 쉽게 말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기반한 구매대행업이다. 필기용품에서 복사용지·토너·프린터까지 MRO로 불리는 소모성자재의 구매를 정보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행해 준다. 김 사장은 “말이 쉬워 구매대행이지 기존 관행적인 업무와 싸움이었다”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구매는 기업이 꼭 안고 가야할 고유 업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서브원은 99년 ‘구매 아웃소싱’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시절에 뛰어들어 국내 MRO 시장을 개척한 주역이다. 최근에는 기업 중심에서 공공기관, 학교로 시장을 넓혔다. 한양대 산업협력단과 실험기자재와 비품 통합 구매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창원 지역에는 MRO 업체 중 처음으로 대규모 도매센터까지 설립했다.
“구매업은 종합적인 분야입니다. IT·유통·경영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다른 기업처럼 무작정 수익만 낸다고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자칫 높은 수익성이 고객 입장에서는 본의 아닌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항상 적정수익률을 고민해야 합니다.”
김태오 사장은 “서브원 대표를 맡으면서 사업과 수익에 앞서 자연스럽게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들었다”며 “현장과 고객이라는 두 가지 경영원칙으로, 구매대행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