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표면실장 검사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영테크놀러지도 초기에는 시장개척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대형 검사장비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을 자신들의 고객사로 만드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고객사 엔지니어를 앞에 두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중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제품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설립 초기 3D 측정 검사장비의 개발을 완료하고 독일의 유명 전자 자동화 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제품 설명을 할 때의 일이다. 이날 야심차게 진행했던 장비 시연에서 3개의 인쇄회로기판 중 하나의 기판에 판독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또 한 번은 고객사가 생전 처음보는 검정색의 인쇄회로기판을 테스트용으로 제시해 적잖이 당황한 적도 있다.
고광일 대표는 “지금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장비 업계에서 제품 시연 중 일어나는 오류는 해당 계약을 놓치는 것은 둘째치고 향후 몇 년간 그 회사와 거래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하지만 고영테크놀러지는 고객사들로 부터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회사의 3D 측정 검사장비가 그동안 수많은 반도체 관련사들이 필요로 했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객사들은 당장 장비의 오류를 떠나 고영테크놀러지가 내세운 ‘3D 측정’이라는 개념과 가능성을 사들인 셈이다.
고 대표는 경쟁사 장비와 차별화된 혁신적인 검사방법이 신생벤처의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회사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지목한다. 기술의 차이가 명확하다보니 각 분야 업계 1위의 대기업에도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었다.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잡다한 설명을 늘어 놓을 이유도 없다.
“3D로 측정된 실수치를 기반으로 인쇄회로기판의 납땜 불량을 판독한다”는 말 한마디로 고객사들은 이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자신의 공정라인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금세 알아차린다.
고영테크놀러지는 ‘3D 측정’이라는 화두를 반도체 인쇄회로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최근 선보인 반도체 실장 및 오븐 공정 이후의 3D 검사장비는 그 시작이다.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에 이제는 제품 라인까지 다양화해 반도체·전자제품 분야 최고의 검사장비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