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두 번째 게놈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인간 장(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등 미생물의 유전자 카탈로그(microbiome, microbiota)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인간의 유전자인 3만3300개보다 100배 많은 330만개의 미생물 유전자를 찾아냈다. 우리 몸은 이와 같이 인간과 미생물의 유전자로 구성된다.

 우리 몸에는 장뿐만 아니라 손, 팔뚝, 입안, 엉덩이 등 여러 곳에 미생물이 서식하지만 대부분은 장에 서식한다. 이들은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간과 공존공생한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전자 서열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두 번째 게놈(Second genome)’이라 하는데,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두 번째 게놈’이 건강증진과 각종 질병을 퇴치하는 치료약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5년 노벨생리의학상은 바로 위에 서식하는 128종의 미생물 중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메커니즘을 밝힌 호주의 베리 마셜 박사가 수상했다.

 이를 주도하는 기관이 국제 메타히트(MetaHIT) 프로젝트로 중국·브루셀·덴마크·스페인·영국 등 40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난 4월에 네이처지를 통해 발표되었는데, 장 내 미생물들이 어떻게 각종 병을 유발시키고 어떻게 각종 병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를 좀 저 자세히 밝혀냈다.

 덴마크와 스페인의 건강한 사람, 비만의 사람, 감염 환자 등 124명의 성인에서 추출한 장내 미생물을 발광-베이스 메타유전자 서열분석 방법으로 유전자 카탈로그를 만들었고, 이들 미생물 유전자의 99%는 박테리아다. 장에 서식하는 전체 박테리아 종은 1000에서 1150종에 이른다. 그리고 이 중 최소 160종이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세포 수로 말하면 대략 100조개의 미생물 세포가 인간 장에 살고 있으며, 전체 인간의 세포 수보다 더욱 많은 대략 1경개의 미생물 세포가 우리 몸에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걸어 다니는 박테리아 군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우리가 음식을 소화하는 것을 도와주고, 비타민을 공급하며 외부의 병원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 준다. 이러한 공생관계에 조금이라도 혼란이 오면 각종 병을 유발시킨다.

 이번 연구 결과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비만, 과민성대장증후군, 패혈증, 자폐증까지 분석 할 수 있게 돼 시기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만든 유전자데이터를 보고 미생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분석하면 그 발병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인간의 게놈에서 미생물의 게놈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의 과학자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게놈 프로젝트부터 하플로맵(HapMap) 프로젝트까지 한번도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없다. 이번 메타히트(MetaHIT) 국제 프로젝트는 중국의 과학자들이 주도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차원용 소장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wycha@study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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