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입니다. 지하철 공사에서 일하는 김철민(34)씨는 업무 특성상 현장을 누빌 일이 많았습니다. 수시로 지하철 내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혹시 전동차 문이 고장나지는 않았는지, 선로에 운행을 방해하는 이물질은 없는지, 사소하게는 지하철 화장실 변기에 물이 새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문제를 발견하면 휴대하던 디지털카메라로 현장을 담은 후 다른 직원에게 수리를 부탁합니다. 한참 일을 하던 김 씨는 사무실로 들어갈 채비를 합니다. 본사에서 보낸 업무 관련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갑자기 지하철 개찰구가 말썽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현장으로 갑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입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김 씨는 이제 사무실에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본사에서 오는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읽습니다. 물이 새는 화장실 변기를 발견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본사로 전송합니다.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져 편리합니다. 다만 예전보다 업무량도 증가해 업무 피로감은 그대로인 점이 아쉽긴 합니다.
Q:모바일 오피스가 뭔가요? 최근 종종 나오는 스마트(버추얼) 오피스와는 뭐가 다른가요?
A:김 씨가 일하는 환경 혹은 방식이 바로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입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사무실이라는 뜻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무실 밖에서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사내에서 PC로 업무를 처리했다면 현장에서는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무선PDA, 노트북PC, 휴대폰 등으로 이메일도 주고받고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업무 서류를 내려받기도 합니다. 요즘에 모바일 오피스가 각광받는 것은 바로 애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죠.
모바일 오피스라는 용어는 종종 스마트(버추얼) 오피스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입니다. 통상적으로 스마트 오피스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무환경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이 서울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도 집 근처에 마련된 스마트 오피스에 바로 출근해 인터넷 영상회의 등을 통해 원격 근무를 하는 것입니다. 모바일 오피스가 개인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기를 갖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개념이라면, 스마트 오피스는 여전히 사무실 공간을 활용하되 먼거리의 회사로 바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원격·재택근무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Q:모바일 오피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전자신문은 최근 ‘스마트 모바일 오피스 2010’이라는 행사를 개최하며 참가자 957명에게 모바일 오피스의 필요성을 물어봤습니다. 응답자의 91.1%는 모바일 오피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필요한 기능으로 사내 메일 서비스(45.3%), 전자결재 등 승인업무(31.9%), 사내 공지사항 등 게시판 기능(14.5%), 교육 및 사내 학습(3.2%) 등을 들었습니다. 기대효과로 응답자의 65%는 생산성 증대효과를 꼽았고 업무 환경 조성(16.6%), 임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효율화(16.5%), 대외 기업 업무 이미지 제고(1.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Q:실제 도입한 사례는 뭐가 있나요?
A:모바일 오피스는 최신 IT 트렌드에 민감한 IT기업에서부터 조선, 제조, 물류, 건설, 철도 등 굴뚝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모바일 오피스 ‘커넥티드 워크포스(Connected Workforce)’를 구축 중입니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의 순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동부와 동국제강은 각각 지난 2월과 4월 그룹 차원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현대 하이스코는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했습니다. LG는 오는 7월 LG전자와 LG CNS를 시작으로 기업 업무시스템과 연동한 모바일 오피스를 가동합니다. 코오롱은 코오롱베니트와 코오롱아이넷에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한 데 이어 연말까지 전체 계열사에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마무리지을 계획입니다. 포스코도 모바일 오피스 적용 범위를 확대 중입니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도시철도공사의 사례가 돋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김 씨 사례가 모바일 오피스로 변신한 도시철도공사의 모습입니다.
Q:좋은 점만 있나요?
A: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는 뒤집어보면 사생활과 업무의 영역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을 확인한다는 걸 알고, 회사에서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업무 지시를 하죠. 컴퓨터를 쓸 수 없는 환경이라 답신을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겁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해외에서는 드물지만 자살을 한 이도 있었습니다. 로이터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의 최대 통신회사인 프랑스텔레콤에서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22명이 자살했고 13명은 자살을 시도했답니다. 업무 스트레스가 대단했던 거죠. 100% 스마트폰 때문은 아니겠지만, 주요한 자살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크랙(crack)베리’라고 부릅니다. 크랙은 코카인류의 마약으로 마치 마약처럼 이메일을 확인하는 게 중독이 됐다는 뜻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어디서든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