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헛바퀴만 돌던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국무총리와 민간이 공동 위원장을 맡아 미래 국부(國富)의 원천인 지식재산 창출과 보호, 활용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일본 등 지식강국의 기업들에 국제소송을 당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보지만은 않겠다고 한다. 과학기술·문화예술 등 창의산업을 일으켜 로열티를 주는 국가에서 로열티를 받는 국가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의욕에 관련 산업계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총리실이 최근 마련한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법(안)이 중대 결함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제일 중요한 ‘지식재산’이라는 개념 정의부터 명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문화재산권, 산업재산권 등 20여개의 개별법에 명시된 권리들을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 또 새롭게 창출되는 무형의 자산을 모두 ‘지식재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기본법이 마련되면 개별법의 상위 개념으로 적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 같은 지적은 다음 날인 12일 이뤄진 제2차 지식재산정책협의회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이날 18개 부처 차관들이 모여 개최한 회의에서는 △인터넷 도메인 네임 △전통 지식 △유전 자원 등이 지식재산 정의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포천막걸리를 일본에서 상표등록한 사례를 놓고 지리적 표시를 해외에서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도 토론의 주요 의제였다.
범 부처간 조율을 통해 일관된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도 좋지만, 차관급들이 매번 모여 이 같은 논쟁를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지식재산인지, 지적재산인지 용어 개념부터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이후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 들어야 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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