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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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

 오명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그가 오른 주먹을 치켜들며 “구구!”라고 외치자 여러 직원이 “팔팔!”로 화답했다. 흥겨운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2006년 2월 10일, 정부과천청사 제2동 앞 아침나절 풍경이 그랬다. ‘구구’를 선창한 이는 오명 옛 과학기술부총리. 그는 그 무렵 “아흔아홉 살까지 팔팔하게 살자”며 ‘구구팔팔’ 구호를 즐겨 썼고, 그날도 팔팔한 외침을 남긴 채 과학기술부를 떠났다.

 1940년생인 그는 스스로 다짐했듯 칠순(2009년)에 아흔아홉을 바라보며 새로운 30년을 설계했다. ‘30년 후, 후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한 것.

 2009년 3월, 건국대학교 총장실에서 그 고민이 무르익은 끝에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가 나왔다. 1979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던 지은이가 이듬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상임위원장 전두환)에 합류했을 즈음 “어려운 시기에 (중략) 30년 후 대한민국을 고민하며 정책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맨땅에서 지금의 눈부신 코리아를 일구어냈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차례”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목청을 돋우면서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품은 ‘30년 뒤 코리아’를 위해 2009년까지 여러 징검다리를 놓았다. 컬러TV 시판, 한국전기통신공사(KT)와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데이콤) 설립, 전자교환기(TDX)와 반도체 개발 지원, 대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개최, 인천국제공항 건설, 과학기술 행정·연구개발 혁신체계 수립 등이다. “아랫사람이 신나게 일하게 하라”거나 “언제나 미래를 보고 선택하라”는 등 그가 경험으로부터 우려낸 ‘∼하라’는 여러 충고와 조언 사이에도 쏠쏠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경기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의 형인 이휘소 박사, 스승으로 모신 김성진 옛 체신부 장관, 껄끄러운 관계였던 서정욱 박사, 국회의원 출마를 종용한 김영삼 전 대통령 등 한국 현대사에 끼워 넣을 만한 작은 조각들이 많다.

 지은이가 공직을 떠나던 2006년 2월 10일 그날, 그의 ‘팔팔한 30년 꿈’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과학기술 행정기관 곳곳에 자리 잡은 이들은 지금….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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