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에 덜미 잡힌 국내 SW산업

SW 수출도 `액티브X의 덫`에 걸렸다

 인터넷 게임기업 N사. 이 회사는 유럽과 북미로 서비스를 확대하던 중 때아닌 복병을 만났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 사용자가 많은 국내와 달리 유럽과 북미 사용자들은 사파리, 크롬 등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액티브엑스(Active X) 기반의 인터넷 게임서비스만 해왔던 이 회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 웹표준을 준수한 서비스를 새로 개발했다. 똑같은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개발 비용과 시간만 2배 이상 허비했다. 이 때문에 이젠 개발초기부터 웹표준을 지켜기로 했다.

 

 국내 SW업체들이 액티브엑스 딜레머에 빠졌다.

 국내 웹서비스 98% 이상이 액티브엑스로 개발됐지만, 해외의 다양한 웹브라우저랑 호환이 안돼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을 뒤집어 재개발하려 하지만 개발자가 없어 벽에 부딪힌다. 재개발해 수출해도 추가 개발 비용을 빼면 수익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10일 웹 표준화 시민단체인 오픈웹 조사에 따르면 액티브엑스에 98% 이상 의존하는 국산 보안 솔루션의 대부분이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수출하지 못했다. 액티브엑스 기반으로 구축된 전자정부 서비스는 개발도상국 IT지원 일환으로 필리핀, 베트남, 파나마 등에 구축됐지만 선진국 진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진영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해외에서 SW개발자 파견 요청이 있어도 국내 개발자들은 진출하지 못한다”며 “가장 손쉬운 소프트웨어인 웹페이지나 웹서비스 개발자들이 수출 시장에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액티브엑스의 가장 큰 폐해는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우리 개발자들이 수출용 웹서비스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내 제도가 소프트웨어 수출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액티브엑스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주홍글씨’다. 세계에서 가장 이용이 활발한 전자결제 사이트인 페이팔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액티브엑스 없이 모든 브라우저에서 구현된다. 액티브엑스는 웹표준을 지키지 않은데다 악성코드 배포에 이용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쓰지 말라고 권하고 있을 정도다. 엑티브엑스 기반 국내 웹서비스가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서 호환되지 않으면서 한국이 스마트폰 서비스에서 ‘갈라파고스 섬’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높다.

 특히 국내에서 액티브엑스에 치중한 웹 개발이 난무하면서 웹표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개발자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대부분 개발자들이 당장 수요가 많은 액티브엑스 개발에 집중, 웹표준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현승 한국기술비전 사장은 “국내 웹 서비스 회사나 개인 개발자가 해외 웹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웹표준 준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웹표준 개발 가이드가 없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액티브엑스로 인한 SW생태계 악순환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