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가]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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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오빠는 돌아왔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조용히 들어와도 무위도식하는 폭력가장 아버지와 시끄러울 판에 방년 열여덟의 ‘큐빅’을 데리고 왔다. 오빠가 큐빅을 데리고 돌아오자 난데없는 어머니도 돌아왔다. 온 가족이 다 모였더니 진정한 ‘막장’ 혹은 ‘콩가루’가 됐다.

알코올 중독에 백수, 남은 건 오기뿐이라 매일 얻어터지면서도 아들에게 덤벼드는 아버지가 있다. 남편이 꼴보기 싫어 집을 나간 후 ‘함바집’에서 절절한 쌍욕과 함께 동거하다 며느리 입성 소식에 앞치마 집어 던지고 집으로 귀환한 어머니도 있다. 가출 4년 만에 요란스럽게도 돌아와 입으로만 집안을 일으키고 있는 오빠, 그 오빠 따라 집에 들어와 눌러앉은 큐빅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치의 놀람 없이 바라보고 있는 중학생 ‘나’가 오합지졸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원작 김영하의 동명소설과 마찬가지로 중학생 ‘나’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어린 변사 느낌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화자가 천진했다면 이경선은 세상 물 좀 먹었고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작품 속에는 신문의 사회면에 나올만한 가정사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부끄러움도 없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의 구성원은 모두가 사회의 비주류, 하류인생들이다. 이 연극의 미덕은 하류인생의 이야기를 비참하게 눌러 앉히고 비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들은 상류를 꿈꾸지 않는다. 하류 중에서도 하류를 지향한다. 그들은 말투나 행동, 계급문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유롭다. 비운의 가족사에 대한 관객의 동정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과 최대한 동떨어져 있는 연극 속 인물들은 죄의식이 적다. 그럼에도 일말의 윤리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가족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살 것 같은 이들은 끝내 서로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다. 연극은 이 집단을 이리저리 헤집어 쑥대밭을 만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가족애가 모두를 한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는다. 서로를 보면 욕하고 싶다가도 돌아서면 안쓰러운 연민과 애정이 숨어있다. 한쪽 손으로 삿대질을 하다가도 다른 손으로 어루만진다.

무대는 간결하다. 집과 방, 함바집, 다마스, 횟집 등 공간은 나무상자의 구조변화로 순식간에 완료된다. 원맨밴드가 연주하는 브라스 음악 역시 극의 심플함과 재기발랄함에 한 몫 한다.

코믹 연극이 으레 그래야한다는 것처럼. 그렇다고 급작스런 신분상승이나 개과천선은 없다. 그저 그들의 삶을 이어갈 뿐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일품이다. 슬쩍 당신의 가정은 어떠냐고 묻고는 대답하려 돌아보면 모른 척 딴청피우는 이봉조가 오늘도 방망이를 휘두른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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