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마켓 탐구’ 코너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시장에 해법이 있다’는 슬로건으로 기자의 날카로운 분석을 기반한 최신 시장 동향 등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깊이 있는 핵심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산업계 현안에 대한 거시적 흐름과 전망 등 인사이트한 안목을 전달하겠습니다.
(1) 신유통 패권 전쟁, 최후 승자는
Q: 옥션은 지난해 말 ‘마트 보다 옥션’이라는 슬로건으로 할인점에 정면 승부를 던졌다. 이마트는 때맞춰 특정 품목을 앞세운 대대적인 지면 광고로 ‘가격 파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두 유통 공룡의 가격 전쟁,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는 올해 소매업 전체 매출이 189조100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예상치 180조 1000억 원 보다 5%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 예상치 3.1%보다 약간 증가한 수치.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은 올해 각각 3.8%, 15.8%로 성장률로 부인할 수 없는 유통 시장 성장의 주역이다. 지난 10년 동안 과거 ‘유통 맹주’였던 재래시장과 백화점을 제치고 시장 패권을 거머 쥐었다. 재래 유통점은 사실상 유명무실화했으며 백화점은 복합 쇼핑몰로 업태를 바꾸면서 주류 유통 채널에서 멀어졌다.
‘신사 협정’을 맺으며 성장해온 유통 양대 산맥은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벼르고 있다. 1위 자리를 놓고 전면전을 준비 중이다. 공교롭게 인터넷과 할인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주된 활동 공간을 빼면 강점이 엇비슷하다. 대규모 고객을 앞세운 싼 가격이 경쟁력이다. 지금까지는 1승 1패로, 우열을 점치기 힘들었다. 할인점은 성장세 면에서 전성기였던 2002년 26%, 2003년 12.1%로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규모에서는 인터넷 몰을 10조 원 차이(할인점 30조 9000억 원, 인터넷 20조 9000억 원)로 앞서고 있다. 대신에 인터넷 몰은 성장률 면에서 할인점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승부의 분수령은 생필품 분야다. 사실 생필품은 할인점 아성이었다. 인터넷 몰이 먼저 ‘잽’을 날리기 시작했다. 대표 주자는 옥션이다. 옥션은 ‘마트 보다 옥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할인 쿠폰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생필품을 할인점보다 싸게 팔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을 통틀어 최저가를 표방했다. 생필품 카테고리를 강화한 지 두 달 남짓이지만 상당히 고무돼 있다. 옥션 측은 “기저귀·분유에서는 이미 인터넷 거래 규모가 할인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할인점에서 부피가 큰 생필품을 사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을 ‘클릭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전략이 먹힌 것이다. 11번가도 생필품 품목에 이어 신선 식품까지 싸게 팔겠다고 나섰다. 11번가 측은 “할인점은 가장 싼 유통 채널이 아니다”며 “할인점이 성장 정체 극복을 위해 최저가를 표방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칫 안방을 내줄 상황에 처한 할인점도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생필품 가격을 내리고 가격 경쟁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연일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할인점은 아예 인터넷 몰에 적극적으로 입점해 간접 홍과 효과와 함께 매출 확대을 노리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빅3’가 오픈마켓에 경쟁적으로 입점하고 있는 것. 옥션은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와 11번가 역시 롯데마트· 이마트와 입점을 논의 중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적과의 동침’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상이지 본질은 아니다. 온라인 유통 채널이 급부상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이전에는 소비자가 자주 가는 ‘길목’을 지키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이제는 ‘채널’을 찾는 적극적인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위 자리를 위한 공룡 두 채널의 정면 승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강병준 기자, 허정윤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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