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천안함 사건과 경제지원이라는 두 가지 현안을 가지고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다. 이즈음, 우리의 통일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실에 안보특보를 신설하고, 위기상황센터를 위기관리센터로 바꾸어 안보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안보강화를 선언했다.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그러나 ‘안보 논리’에 의해 ‘통일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곤란하다.세간에 안보와 통일에 대해 편견이 많은 것 같다. 안보와 통일을 상충 관계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보수주의자는 안보를, 진보주의자는 통일을 주장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순수한 학문적 관심으로 다년간 북한을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양립할 수 있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삼일절 기념사에서 “지금 우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지만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면서 세종시 문제가 백년대계임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주 ‘국가 백년대계’를 언급한다. 나는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백년대계라고 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백년대계는 단연 교육이며, 또 우리 민족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교육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의 대북관계가 악화됐으며, 이에 따라 통일정책도 많이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후폭풍으로 안보가 크게 강조되면서 통일에 대한 논의와 정책이 더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을 비교해 보면 안보는 현재를 위한 정책이고, 통일은 미래를 위한 정책이다. 나는 스스로 그리고 학생들에게 자주 현재와 미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질문하곤 한다. 사람마다 현재와 미래 두 가지 중요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안보는 국방부가, 통일은 통일부가 주로 맡고 있다. 안보와 통일을 놓고 경중을 따질 일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병행하고 양립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국방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 감사 결과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 천안함 사건으로 나타난 안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예산 지원도 예상된다. 필요한 조치들이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안보 강화가 통일 정책 후퇴로 나타나서는 안된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 되고 있으며 통일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날이 새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김정일 이후의 북한을 생각하면 북한에 큰 변화가 머지않았으며, 통일이 아주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 및 학계는 천안함 사건에 위축되지 말고 통일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ebiztop@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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