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마이스터高, 왜 성공해야 하나

Photo Image

김동선 중기청장이 얼마 전 인천을 찾았다. 이날 김 청장은 지역 대표 기업인 몇명과 간담회를 갖고 취업 대책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산’으로 갔다.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자리인데 참석자들이 “사람이 없다”며 구인난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PCB업체 A사장의 예는 제조업체들이 얼마나 구인난에 시달리는지 잘 보여준다. A사장은 두달 전, 대졸 엔지니어 8명을 뽑았다. 1명만 남고 7명이 그만뒀다. 남은 1명도 언제 그만둘 지 모른다. 얼마나 답답했던지 A사장은 “청소부를 뽑아도 대졸자들이 몰린다”면서 “아예 청소부는 고졸자로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B사장도 비슷했다. “사람을 뽑기 위해 두달간 인터넷을 뒤졌다. 하지만 결국 못 구했다. 몇명이 면접보러 왔지만 끝내 입사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에게 취업대란은 딴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서울에서 멀고 3D업종이기 때문이다. 인천이 이 정도면 수도권 이외 다른 지역은 더 심할 것이다. 사상 최고 실업률 운운 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할 뿐이다. 미스매치(mismatch)인 것이다. 월급 많이받고 편안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무작정 젊은이들만 나무랄 수 없다. 문제는 누군가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나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가 고학력 인플레로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취업하라고 만든 전문계고 학생들의 80%가 대학 진학에 매달리는 현실이다. 고졸이지만 기술만 있으면 평범한 대졸보다 더 잘 살고 우대받는다면 이런 일은 사라질 것이다.

독일이 좋은 예다. 독일은 오래전부터 기술 가진 고졸이 대졸보다 더 잘사는 풍토를 만들었다. 지난 3월 전국 21개 학교가 문을 연 마이스터고는 독일처럼 ‘대접받는 고졸’을 위해 만들어졌다. 졸업생 100% 취업을 목표로 하며 입학금을 비롯한 모든 학비가 무료다. 일부 학교는 해외 연수를 보내준다. 정부의 기대도 크다. 개교식 때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존경받을때 까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졸업식 때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출항한 지 2개월여 된 마이스터고가 원래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하다. 열악한 기자재와 부족한 운영자금, 선생님 처우 문제 등 숙제가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병역이 문제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취업하면 4년간 입영을 연기 할 수 있지만 특기병과 같은 혜택은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취직후 조금 있다 군대 갈텐데 굳이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마이스터고 졸업생에 대해 병역대체 복무를 검토해보라”고 지시도 했지만 병무청은 “현 제도로는 불가능하다”며 더 이상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마이스터고 성공의 최대 현안인 병역문제가 현재로선 물건너간 셈이다. ‘학력’ 보다 ‘실력’을 택한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과연 몇년 후 웃을 수 있을까.

 방은주 경인취재팀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