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은 획일화나 강제사항이 아닙니다. 좀 더 수준 높은 전자책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라인입니다.”
임순범 숙명여대 멀티미디어과학과 교수는 전자책 표준 제정 논의를 바라보는 우려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임 교수는 얼마 전 전자출판물표준화포럼 의장을 맡았다. 포럼은 전자출판물산업 분야 국가 표준화 선도와 국제 표준 대응 체제가 필요하다는 관련 업계의 요구로 결성됐다. 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교육과학기술부 3개 부처의 전자책 관련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고 산업계의 목소리도 담을 예정이다.
포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자책 포맷과 디지털저작권관리(DRM)의 규격 제정. “업체가 사용하는 ePub 파일 규격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최소한 가이드라인만을 설정했기 때문에 같은 ePub 파일인데도 제각각 구현됩니다. ePub라는 옷을 입었는데 속 내용은 완전히 다른 셈이지요. 이 상태로는 외국에 콘텐츠를 수출하려 해도 다른 단말기에서 구현되지 않아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기술이 갖춰지면 콘텐츠를 수출할 때 조금만 손보면 된다”며 표준화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어 “과거 전자책 표준화 작업에 대한 기억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표준화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특정 업체의 손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관련 솔루션을 만드는 데 드는 금전적·시간적 부담을 덜기 위해 포럼을 구성한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아이패드나 킨들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면 이 상황은 업체에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좋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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