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성공파도](317)헛되고 헛되도다

Photo Image

 소망이나 사명이라는 단어는 난센스다. 네시간 걸려 산에 오르지만 허무하고, 두 시간 걸려 출근해도 결과는 빤하다. 올라갔지만 안개만 있고, 출세했지만 허름한 체력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월은 못 붙잡고 언젠가 우리는 죽을 목숨이다. 뜯어먹을 것처럼 싸우고 내 것을 챙긴다 한들 죽으면 한줌 재가 될 뿐이다. 부귀도 명예도 다 부질없다. 지나고 나면 다 시시하고 싱거울 뿐이다. 헛되고 헛된 인생, 열심히 살아 무엇하나?

그렇다. 인생은 헛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일찍이 슈바이처는 다섯 살 때 이미 인생의 허무를 느꼈다고 한다. 허무한 인생, 툴툴거리지 말고 탈탈 털어라. 허무하다고 힘 빼고 있을 바에는 차라리 지구 탄소 감축을 위해서라도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낫다. 하지만 뜻대로 맘대로 죽어지지도 않는다. 참 질긴 게 인생이다. 쉽게 죽어지지도 않는 인생, 허무하게 버티는 사람도 있고 알차게 가꾸는 사람도 있다. 결과만 생각하면 허무하다. 정상을 목표로 목숨 걸고 올라가면 막상 정상에 올라갔을 때 허무하다. 눈보라뿐인 정상, 결국 올라갔지만 다시 내려와야 할 일만 남아있다. 내가 그렇게 목표로 했던 것이 고작 이거였나, 순간적으로 성취감보다 허무감이 밀려올 수 있다. 하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 나무를 만났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드디어 견뎌냈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기이한 절벽을 보았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었고 절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결과만 생각하면 허무하지만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 알차다. 인생은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쉼표를 찍으며 사는 것이다. 허무하게 다 끝난 것만 같아도, 또 인생은 여전히 굴러간다. 죽어서도 끝나지 않고 남겨진 이들에게 기억으로 남는 게 사람 인생이다. 마침표를 찍으며 허무하다고 하지 말고 쉼표를 찍으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자. 정 어려우면 어서 빨리 남의 에너지까지 빨아먹지 말고 이 세상과 고별하라.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