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두 벤처캐피털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팹리스 분야 인수합병(M&A)에 4000억원 가까이 투입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M&A 한 건에 최고 1000억원까지 투입한다는 방침이어서 규모의 경제에서 뒤처진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포럼 세미나 강연을 통해 “조성 중인 4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 업계, 특히 팹리스 간의 M&A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틱은 하반기 내에 펀드를 조성해 거래 하나당 적게는 3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까지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팹리스 기업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티엘아이로 1800억원 정도다.
1000억원을 투입하게 되면 대형 팹리스 기업 간의 M&A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방식은 우선 팹리스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M&A를 진행하되 지원 요청이 오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자금을 투입하는 식이다. 도 부회장은 “업계의 M&A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국내 200개가 넘는 팹리스 중 상위 10개 업체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보는 실정”이라며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제품군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사인 한국고덴시·나리지온은 광전자를 중심으로 뭉쳤다. 도 사장은 이를 언급하며 M&A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이미지 제고, 비용절감, 시황 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팹리스 업계에 M&A 사례가 적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중소기업 오너들은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며 제왕적”이라며 “기업 가치에 비해 값을 너무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M&A 방법으로는 한 업체가 다른 업체를 합병하는 방법, 업체들 간 상호 주식 스와프(교환)로 협력하는 방법, 대표 기업이 지주회사가 되고 각 회사가 주식 스와프를 통해 큰 틀을 짜는 방안을 제시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999년 스틱아이티투자로 출범, 2006년까지 반도체 설계·장비와 같은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다. 이 회사가 투자한 팹리스 업체는 30곳에 이르며 총 23.5%의 이익을 남겼다. 현재 1조5000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운영 중인데 다시 반도체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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