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애플이 자동차시장에 뛰어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최근 미국 뉴스사이트 허핑턴포스트는 재미난 공모전을 실시했다. ‘만약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면 어떤 모양이고, 어떤 이름을 붙일까’가 공모 주제다. 그 결과, 응모자들 대부분이 하얀 색 자동차 모습에, 브랜드는 ‘아이(i)-카’를 추천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몇 년 후 애플이 정말 ‘아이-카’를 출시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를 말(馬) 없는 마차(horseless carriage)라고 불렀다. 달리는 마차 속에 말을 숨겨 안보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도 자동차 성능을 표시하는 100마력이란 단어는 말 100마리가 끄는 힘을 의미한다. 이런 자동차가 정보기술(IT)과 만나면서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마차 속에 말을 숨겨 놓는 것이 아니라 이젠 자동차 속에 컴퓨터를 심는다. 그래서 도로와 톨게이트, 그리고 인공위성이 네트워크에 들어와 자동차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을 자동차에서 생활한다. 가정(홈)과 사무실(오피스)에 이어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비즈니스 공간이 바로 자동차다. 실제로 파워트레인(엔진과 주변 장치)이 필요없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이동서비스 산업이 된다. 친환경 동력기관을 장착하고 언제나 외부 네트워크에 접속해 움직이는 모바일 생활공간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다. 그래서 아마도 몇 년 후에는 자동차의 ‘시동을 켠다’가 아니라 컴퓨터처럼 자동차를 ‘부팅한다’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
미래 자동차 산업도 디자인과 아이디어, 그리고 네트워크가 핵심 키워드가 된다. 지금의 휴대폰 산업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결국, 애플이나 구글이 선점한 고유한(?) 비즈니스 영역 속으로 자동차는 걸어가는 게 아니라 전력 질주해 달려가는 셈이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건설(u시티), 의료(헬스케어), 문화(3D, 콘텐츠), 제조(e매뉴펙처링) 등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다. 이것이 융합이고, 미래 산업의 모습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대한민국 산업과 우리 기업의 미래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IT기업과 자동차 제조업체가 엄연히 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바로 코 앞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다른 경쟁자들이 판을 뒤집어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래 경쟁자들과 싸울 대항마(對抗 馬)가 없고 주체도 사라졌다. 모르고 당하면 어쩔 수 없다고 자위(自慰)라도 하지만, 눈 뜨고 당하는 심정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자동차를 ‘부팅해야’ 하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융합과 창조로 우리 산업이 재무장할 수 있도록 새판을 짜야한다. 우리 미래를 다시 부팅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주상돈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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