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기술자 신고제가 ‘능력 따로, 경력 따로’의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만들자 이를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굳이 제도를 지속시켜야 한다면 경력 인정의 대상과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또 인건비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 예산 책정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기능이나 사업의 난도 중심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은 KAIST 교수는 “SW 개발자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 성격을 명확히 파악해 적재 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기능을 정확히 측정한 뒤 관련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SW업무가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전락해 인력 중심의 장사로 전락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면서 “연이은 하도급으로 SW개발자들이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용 방식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제도권 자격증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꼭 필요한 민간 자격증도 기술자신고제로 흡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경훈 정보통신산업노조 사무국장은 “현장에 부딪치면 자격증은 전혀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며 “자격증으로 평가한다면 민간 기업들처럼 전문 자격을 인정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SW개발자들을 관리하겠다면 개발자 등록 비용도 정부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SW업계 한 전문가는 “등록 비용 3만원 외에 개발자들이 폐업한 회사에서 경력증명서류를 받기 위해 휴가를 내고 서류를 떼러 다니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면서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불리는 개발자의 열악한 업무 상황에서 개발자 스스로 경력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제도의 애초 취지는 관련 업계가 해당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SW개발자 경력을 부풀리는 폐단을 막자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신고제가 아니라 해당 업체들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은 교수는 “개발자 평가는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겨야 할 것”이라며 “이 제도는 민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제도를 공공기관에 도입해 시장을 교란시킨 대표적 사례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경제부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 SW기술자 신고제 등록자 수는 7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SW업계 종사자로 추정되는 13만명(추정) 중 약 53%로 반수를 넘겼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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