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대학을 올바르게 활용해야 합니다.”
12일 서진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겸직)은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기업과 대학의 올바른 파트너십 확립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서울대학교는 지난해 30억원이 넘는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 서 단장은 올해부터 기술이전 및 특허의 국제화에 중점을 맞춰 산학협력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연구성과를 통한 특허 창출을 이뤄나갈 계획입니다. 기술을 재가공하는 일부터 등록·홍보까지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국내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는 국내에 머물 수 없는 이유로 넓지 않은 시장과 함께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한 관행도 언급했다. 기업이 한국 대학의 기술에 대해 제대로 된 값을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의 충돌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대학 연구비의 70∼90%가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만 봐도, 공생해 나가는 게 맞습니다. 다만 한국 대학도 이젠 국제화되고 있고, 한국 대학에서 만든 국제 특허가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이 대학을 좀 더 활용해 줘야 합니다.”
서 단장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제대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기업의 불공정 관행이나 부처별로 다른 연구관리 및 연구비 규정 때문에 교수들이 연구성과를 내고 기술을 사업화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산학협력단 또한 이러한 ‘민원 상담’이 불필요한 비효율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국과위가 연구개발(R&D) 성과관리에 좀 더 확실한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합니다.”
서 단장은 지난 2008년 출범한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가 대학의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의 허브가 되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기술지주회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교수들에게는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반면 앞으로 실험실에서 나온 기술을 사유화하는 교수들은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기술이전 비용에 따라 기술개발자인 교수에게 50∼70%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혜택은 교수들의 기술 이전을 더욱 활성화하고, 아울러 대학의 수익성도 확보될 것입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교수·산학협력단·기업이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교수가 개발한 기술이 산학협력단을 통해 기업에 이전되고, 기업은 수익을 창출해 다시 대학에 재투자하는 과정이 지금 조금은 왜곡돼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의 조정 속에 기업이 보다 대학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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