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항해 시대] (1부-13)프리보드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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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보드는 거래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입성하지 못한 성장단계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다.

 벤처기업이 정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며 초기벤처가 사업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리보드’가 출범한 지 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벤처기업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프리보드 등록에 관심을 갖는 기업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벤처 버블 붕괴 후 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해 2002년부터 프리보드 지정 취소 규정을 강화하면서 벤처기업들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거래규모가 2002년 이후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2003년부터는 프리보드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관한 기업 사례를 찾기 힘들어졌다. ‘프리 코스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2000년 6억7000만원에 달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현재 1억원 밑에서 맴돌고 있다.

 시장에 진입해도 기업 홍보, 신인도 제고, 자금조달 등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프리보드의 매력도 급강하하고 있다. 심지어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프리보드 등록을 기피하는 유망 벤처기업도 있다. 벤처기업의 제도화된 장외 시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작된 프리보드가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횡보하고 있다.

 매매방식의 개선, 세제 지원 강화, 유망 비상장 기업 유치 등 프리보드의 운용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 프리보드의 역사

 프리보드의 전신은 지난 2000년 3월 벤처 열풍과 함께 증권업협회가 개설한 장외주식 호가중개시스템(제3 시장)이다. 상장 전 중소·벤처기업에 합법적인 자금조달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제대로 된 시장 기능을 못하게 됐다. 정부는 2004년 12월 제3 시장 진입요건 완화, 벤처기업 소액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을 포함한 ‘벤처 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방안’을 발표해 프리보드 출범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2005년 7월 제3 시장은 결국 ‘프리보드’란 이름으로 거듭났다.

 프리보드는 유가증권 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 비해 진입요건과 진입절차가 간단하고, 공시사항 등 유지요건을 최소화하고 있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어 투자자의 책임이 특히 강조된다. 상대 매매방식이며, 개장·폐장 시간은 거래소와 동일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호가수량 단위는 1주고 가격제한폭은 30%다. 위탁증거금은 매수의 경우 매수대금 전액, 매도의 경우 매도증권 전부이고 위탁수수료는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벤처기업, 정규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들도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자금조달 기회와 기업 홍보효과를 제공하고, 정규시장 퇴출기업에 환금성 제고는 물론이고 재기의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엔젤 투자자 등 초기 투자주체가 일찍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또 장외주식에 대한 거래의 편의성 및 결제의 안전성을 높여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수단을 제공한다.

  # 프리보드, 무엇이 문제인가

 제대로 된 벤처기업, 유망기업이 없는 점이 프리보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유망한 벤처기업이 없으니 투자자들이 프리보드를 외면하고, 프리보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신규 업체가 진입을 꺼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매매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프리보드는 매도·매수자 간 일치하는 가격으로만 매매체결이 이뤄지는 ‘상대 매매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매매체결률이 낮아 유동성 공급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코스닥시장처럼 경쟁 매매방식으로의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의 거래비용 부담을 높이는 세제 또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리보드는 벤처기업에는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대기업에는 양도차익의 20%를, 중소기업에는 양도차익의 10%를 부과하고 있다. 프리보드의 증권거래세율은 매도가격의 0.5%로 코스닥 시장의 0.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비과세 원칙을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과 비교하면 유망 벤처기업을 끌어들기에 역부족이다.

 프리보드가 먼저 시장으로서 제대로 된 틀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리 프리보드가 ‘고위험 고수익’이 원칙인 시장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는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 비상장 벤처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사설 호가 중개사이트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필요

 유망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량한 벤처기업은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을 벤처캐피털이나 신기술금융회사로부터 지원받을 수도 있고, 일반 금융기관에서도 차입할 수 있다. 인센티브 제공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프리보드시장 진입은 오히려 우량 벤처기업 입장에서 손해가 될 수도 있다.

 금융기관의 우대금리, 법인세 경감, 기업인수에 대한 과세특례제도 적용 및 주식교부비율에 대한 지분연속성 완화, 프리보드 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 시 세제혜택 확대 등과 같은 인센티브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프리보드에 지정된 우수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투자조합에 모태펀드의 출자지원 선정 우대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실행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프리보드 활성화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650억원을 출자해 지난해 ‘프리보드 녹색신성장동력펀드’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인공관절 및 척주고정기기 전문업체 코렌텍이 투자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39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 회사는 투자자금을 연구개발, 임상시험, 설비투자 등에 사용하고 6개월 이내에 프리보드에 신규 지정을 신청한다.

 프리보드 지정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벤처투자자금의 조기 회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사설 호가 중개사이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고 결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사설 호가 중개사이트가 범람하면서 프리보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비공식 사이트에서 작전세력들이 활개치게 되면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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