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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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 가도 서울만 가는 시대는 끝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는 이미 구시대 유물이 되었다. 합리적 사고는 일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며 데이터와 확률에 의한 과학적 의사결정은 경영의 기초가 되었다. 선진화된 사회나 국가일수록 아웃풋(결과)보다는 프로세스(과정)를 더욱 중시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프로세스 중심 경영을 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는 것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 결과다.

 GE의 품질혁신 도구인 식스시그마는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프로세스를 바라볼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 식스시그마는 이제 품질을 넘어 경영성과 제고는 물론 목표관리와 비전 달성을 위한 통합적 경영혁신 프로그램으로 진화하였다. 이는 단순히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사적 혁신문화와 시스템 구축으로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추게 하였다.

 식스시그마로 거대한 변화의 포문을 연 삼성전자는 경영혁신 체제가 안정을 이룬 2004년 10조원 영업이익 시대를 열고, 애니콜 신화의 기반을 닦았다. 1996년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LG전자는 6년 만에 영업이익률 10% 향상을 달성했으며, 현대자동차는 모든 협력업체가 글로벌 수준의 품질수준을 갖추는 밑거름으로 활용했다. POSCO는 2004년 1800개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 4900억원의 재정 이익을 올렸다.

 공공부문에서도 식스시그마는 구체적인 실행 도구로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현장과 실행 중심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식스시그마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금융 서비스 분야는 물론 관세청, 한국서부발전, 공군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수많은 성공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GE의 탁월한 혁신 도구인 타운미팅과 결합되기도 하고, 간소화한 절차로 조직구성원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식스시그마 자체도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하게 진화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모든 기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식스시그마를 경영혁신 문화로 정착시켜 탁월한 성과를 도출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도입 초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조직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과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공감하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변화에 대한 몰입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외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식스시그마는 국내에 보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도구가 없을 만큼 효과적이다. 최근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비용절감과 지속성장의 직접적인 실행도구로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식스시그마도 결국 하나의 경영혁신 도구이다. 손에 넣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조직의 현상과 독특한 문화를 파악하고 조기에 성공사례를 확보한다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훌륭한 기반이 될 것이다. 변화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며,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진태 한국표준협회 전무이사 jintae@k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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