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공약을 남발하듯 직원들이 업무 계획을 남발한다. 새며느리 친정 나들이 간다 하듯 벼르기만 하고 추진하지 못한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이루어야 하며 이 일도 필요하고 저 일도 계획한다. 말만 들으면 빌딩도 지었다 부수겠고 공항도 이전하겠다. 그런데 그뿐이다. 매월 업무 계획서가 전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툭하면 남 핑계만 대고 실행은 그저 용두사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직원들의 업무 계획, 간 발자국은 있는 데 온 발자국은 없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이루지 못한 업무를 보고하는 직원도 답답하기는 매일반이다. 사기성 짙은 허풍인지, 안타까운 사연인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독일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업무량은 작업 초기와 작업 후기에 가장 많다고 한다. 작업 도중에는 조금쯤 해이해진다. 새로운 업무에 착수하면 초반에 바짝 달려들다가, 후반에 벼락치기 공부하듯 해치운다. 시작점과 끝점이 명확해야 산출물이 나온다. 이제 부하가 업무 계획을 세우거든 기한과 방법을 명확하게 합의하자. 총론으로 말하면 대충 선언하고 대략 마음먹다가 어물쩍 넘어간다. "한번 해보게. 검토해보도록 하게. 알아보게나. 보고하게. 협의해보게."가 아니라 "13일까지 ∼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나? 그러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라고 기한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못 이룬 결과를 나무랄 것이 아니라 왜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다그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에 대해 짐작하고 생각을 발전시킬 때는 때때로 과장이 필요하다. 과도한 과장은 혼란과 불신을 조장하지만 적당한 공약은 실천의 좋은 비료가 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실천 없는 계획도 문제지만 계획해야 실천하게 된다.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리더가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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