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은 중앙정부와 광주지역 산·학·연·관·정이 혼연일체가 돼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1∼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정부의 승인을 거쳐 예산을 지원받기까지 수많은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원이 뒤따랐다.
광산업 육성 주역으로 당시 정계에서는 대표적으로 박광태 의원을 손꼽을 수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이던 그는 정치권에서 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사업승인과 예산지원을 뒷받침하고 온갖 반대논리에 대한 ‘바람막이’를 자처했다. 특히 수시로 광주시 실무자들로부터 광산업에 대한 진행사항을 청취한 뒤 직접 국회와 중앙부처를 뛰어다니며 광산업 육성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데 기여했다. 광산업계에서는 박 의원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광주 광산업의 태동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하고 있을 정도다.
중앙 정부부처에서는 당시 박태영 산자부 장관과 김재현 산자부 생활산업국장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들은 광주시의 주장에 귀 기울이며 정부 차원에서 기획 및 후원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당시 전영복 광주시 경제통상국장은 광산업을 기획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회와 산자부, 기획예산처를 직접 방문하며 광산업 육성 프로젝트 공감대 확산에 주력했으며 광주 광산업의 국비 지원 예산 증액 논리를 발굴하는 등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막후 교섭을 진두지휘했다.
김용환 광주시 경제정책과장은 최일선에서 광산업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직접 뛰었다. 소비자 보호계와 상정계를 하나로 합쳐 과학기술계 설립을 제안했던 김 과장은 김홍식 경제기획계장, 강왕기 과학기술계장 등과 함께 광산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손질하고 완성하는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또한 이들과 함께 경제정책과에 근무한 이종환, 권동희, 조연술 씨등도 광산업 태동의 산파역을 톡톡히 해냈다.
광주지역 대학교수들의 역할도 매우 컸다. 백운출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정보통신공학과)는 광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광산업 프로젝트 기획에 도움을 줬다. 같은 대학 이선규(기전공학과)·송종인·박창수·한원택·이용탁 교수(이상 정보통신공학과) 들도 광산업 개념과 육성 의미를 정리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이병택 전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광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실제 기획·주도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같은 대학 전기공학과 김광헌·여인선 교수를 비롯해 신용진 조선대 물리학과 교수, 임몽택 광주대 경영학부 교수, 양승학 호남대 교수 등도 공헌했다.
광주 광산업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에는 광주의 광(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특히 광주에 무슨 석탄을 캐는 광산이 있어 광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선정했느냐는 우스갯 소리도 뒤따랐다.
또 광주 광산업은 자칫 역풍을 맞아 좌초될뻔했다. 당시 호남을 정치적 고향으로 둔 김대중 정권은 광주 광산업 프로젝트에 대해 ‘호남정권이 호남을 밀어주면 안 된다’는 논리로 광주지역 공무원들의 기를 눌렸다. 특히 광산업 사업비의 국고지원을 증액할 때는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999년 무렵부터 지역 산·학·연·관이 합심해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원조 클러스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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