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 앞에 놓여있는 앞으로의 10년은 기회와 위기가 상존하는 시기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온라인게임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장은 해외 게임업체들이 이 산업을 주목하게 하는 위기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의 주요 개발사들도 온라인 분야를 강화하고 나섰다.
가장 무섭게 쫓아오는 나라는 중국이다. 시장규모의 차이로 인해 게임시장 규모 면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몇 배 뛰어넘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개발 수준까지 높아져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송관용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은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2008년에 이미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했고, 올해는 더 벌어질 수 있다”면서 “중국의 1위 업체인 텐센트 하나의 매출이 우리나라 상위권 게임회사 몇 개를 더한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게임시장도 온라인게임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특히 이들 선진국 게임업체는 콘솔과 PC패키지에서 쌓은 경험과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어서 더욱 위협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온 데는 국내 업체들의 실책도 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IP가 없다보니 판타지 롤플레잉게임(RPG)과 일인칭슈팅(FPS) 게임 등 개발하는 게임 장르가 한쪽에만 치우쳤다. 이로 인해 초기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게임이 각광받았지만, 이제는 식상하다는 평가와 함께 예전처럼 한국 게임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많이 약해졌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게임업체들이 대형화되면서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퍼블리싱을 강화한 데 따른 국내 개발사 부재와 개발역량 약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기회요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세계 시장의 확대가 가장 큰 기회고, 국내 기업들이 현재 게임시장에 내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기회다. 퍼블리싱에 치중했던 대형 게임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통한 개발력 향상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IP 확보 역시 최근 엠게임의 ‘프린세스메이커’ 사례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판타지와 일인칭슈팅(FPS) 게임 일변도이던 게임 개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스포츠 매니지먼트, 육성 시뮬레이션, 낚시 등의 스포츠레저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유병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게임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며 “세계 게임시장은 주목하지만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앱스토어 등 새로운 환경의 등장으로 시장환경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하지만 변화를 기회로 인식하고 게임산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한 방안을 민관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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