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의 2010년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공급망관리(SCM) 전략의 결실을 맺는 해다. 김경환 롯데마트 SCM부문장(이사)은 지난 2005년 액센츄어에서 롯데마트 SCM 5개년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2006년 롯데마트에 신설된 SCM부문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김 이사는 직접 마련한 밑그림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해 오고 있다. 그리고 5년 만에 국내 1등 유통업체도 벤치마킹을 하러 올 정도로 SCM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의 SCM 경쟁력은 글로벌화 전략의 핵심역량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전만 해도 당시 1, 2위 업체들에 비해 매장수와 매출액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롯데마트는 SCM 경쟁력을 확보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그리고 IT부문부터 프로세스를 확 바꾸기 시작했다. 이 혁신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 김 이사다. SCM부문장으로 온 직후 “SCM 전략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IT를 떼놓을 수 없다”며 IT조직을 SCM 부문으로 옮겨와 프로세스 혁신의 속도를 높였다. 일본IBM, 한국IBM, 액센츄어서울사무소에 두루 근무했던 IT 기반 지식과 글로벌 유통산업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전사 전략을 마련하고 IT조직이 이를 밀착 지원하도록 했다. 롯데마트의 최고공급망책임자(CSCO) 역할과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모두 맡은 것이다.
◇매대부터 창고까지 ‘한 눈에’=김 이사가 처음 롯데마트에 온 2006년 당시만 해도 매대에 어떤 제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 채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기도 했고, 창고에 제품이 있는데도 매대에는 품절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김 이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매대에서 판매되는 순간까지 실시간으로 매대 현황과 재고까지 한 눈에 보면서 관리할 수 있는 발주·진열관리 시스템인 ‘POG-신CAO’를 개발했다. 매대 사이즈와 제품 사이즈를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제품별 매대 진열량 등을 시스템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이사는 “판매량과 재고량만을 기준으로 발주를 진행했던 예전에 비해 실시간 매대 진열량을 고려한 발주가 가능해져 재고와 리드타임이 모두 크게 줄었다”면서 “지점별 진열관리를 하면서 진열계획과 발주를 자동으로 연계한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국내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 시스템은 2007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됐다. 롯데마트는 적용 제품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올해는 의류제품을 제외한 모든 제품을 이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과거 매대 진열량과 창고 재고량 비율이 5.5 대 4.5 수준이었는데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이 비율이 현재는 7 대 3으로 달라졌다. 창고 재고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서울시·경기도·전라도 등 지역별 판매 특성, 그리고 사무실 밀집지역·주거 밀집지역 등 소비자 특성별로 각 매장의 매대 구성을 달리하고 판매는 촉진시키면서 재고는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3년 만에 재고 30% 절감…보유 재고일수 15일 목표=작년부터는 4월과 10월 즉, 하절기와 동절기에 맞춰 시스템 내 진열량을 해당 절기의 인기 상품 위주로 재설계하도록 하고 관련 제품의 사전 발주체제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만드는 매실주가 유행하는 시즌이 오면 사람들이 매실주를 담그는 데 필요한 설탕을 함께 구입한다는 패턴을 시스템에 반영한다. 예전에는 매실주 시즌이 와서 매실 판매가 늘어나면 그제서야 설탕을 평소의 몇 배로 주문하다보니 물량이 부족한 경우다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즌 전에 미리 설탕을 발주하고 있고, 미리 주문을 받다 보니 제조 협력업체들도 스케쥴링을 조절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김 이사는 “예전에는 발주가 수요를 쫓아가다 보니 초기에는 제품이 부족했다가 나중에는 재고가 쌓이는 일이 반복됐다”며 “이제는 향후 52주 계획치를 만들어서 프로모션에 필요한 품목을 미리 발주하는 사전 발주체제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산 물류센터와 김해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제조업체에서 직접 롯데마트 각 매장으로 배송해야했던 제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2007년 오산 물류센터를 열면서, 낱개 단위 발주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피킹(DPS·Digital Picking System) 시스템을 대형 할인점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1개가 필요해도 수십개 들이 박스 단위로 구입해야 했던 발주 시스템을 꼭 필요한 제품 수량만큼만 주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리 기준을 세분화해 창고 재고량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가정용품, 문구용품 등 약 2000여종의 제품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적용범위를 4000여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DPS 시스템 도입으로 발주를 효율화하고 ‘POG-신CAO’ 시스템으로 진열량을 관리한 결과 창고 재고를 30% 이상 감축할 수 있었다. 김 이사는 “롯데마트의 현재 재고 보유일수는 약 20여일인데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들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올해 재고 보유일수를 15일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역량 강화…표준 시스템이 ‘힘’=롯데마트의 현재 국내 매장수는 최근 인수한 GS마트(14개)를 포함해 총 84개다. 연내 15개 이상의 매장을 새로 열고 올해 반드시 100호점을 돌파하겠다는 것이 롯데마트의 목표다. 또 그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M&A 등을 통해 확보한 매장을 합하면 현재 국내외 매장수는 모두 170개에 달한다. 현재와 같은 매장 확대 속도라면 올 연말이면 국내외 롯데마트 매장은 무려 20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렇듯 공격적인 롯데마트의 글로벌 공략은 표준화된 IT거버넌스를 무기로 삼고 있다. 김 이사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스템을 쓰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 경영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3년전 자체 개발한 MD시스템과 SAP 패키지 기반 재무·회계시스템으로 만든 글로벌 표준 패키지를 개발해 이를 전 세계 매장에 구축하고 있으며 모든 추가 개발도 국내 본사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는 운영인력만 상주한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다른 패키지를 도입하는 것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더 클지는 몰라도 전 세계 정보를 한 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절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본사에 앉아서 북경에 있는 A점포의 B식품 매출이 하락하는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등 전사 차원에서 글로벌 시장 대응체계가 갖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같은 성과에서 더 나아가 현재 지속적으로 확대중인 해외 매장까지 포함하는 최적화된 글로벌 SCM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프로필>김경환 이사는
김경환 이사는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연세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전자에 입사했으며, 1989년 한국IBM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IBM 유통산업 영업본부에서 유통영업팀을 담당하다 2000년 초부터 한국IBM의 파트너사인 메인라인시스템즈의 동경지사와 IBM재팬 유통산업 부문에서 일본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후 2004년 액센츄어서울사무소의 유통산업 담당 전무를 거쳐 2006년 롯데마트 SCM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