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TM 시대 개막,,,수익성 확보는 과제

 전량 일본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우리 기술로 개발한 국산 금융자동화기기(ATM)가 처음으로 대량 공급된다. 국산 ATM 시장이 열리면서 연 수백억원에 이르는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과당 경쟁으로 공급가격이 예정가격보다 20% 이상 떨어져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31일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실시한 367대 규모 ‘2010년 우체국 금융자동화기기’ 입찰에서 국산 ATM을 제안한 노틸러스효성이 공급권을 따냈다.

 입찰에는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가 지난해 개발한 국산 ATM으로, 청호컴넷과 FKM은 일본산 모듈을 장착한 제품으로 각각 참여했다. 4개 업체 모두 규격평가(BMT)를 통과했으나 최저가 낙찰 형식으로 진행된 가격평가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노틸러스효성이 사업을 수주했다.

 <뉴스의눈>

 국산 ATM의 우체국 도입은 우리 ATM산업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외산과 경쟁해 당당히 고객을 확보하면서 온전한 기술 독립의 성과를 이루게 됐다.

 다만 저가 출혈 경쟁이 ‘옥에 티’다. 입찰가가 드러나면서 업계에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지난해 대당 가격이 2000만원 중반에서 170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기에 올해는 수익성을 담보하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낮은 1600만원대로 떨어졌다.

 노틸러스효성은 우본이 제시한 예상가격에 비해 약 20% 낮은 대당 1672만원(부가세 포함)으로 공급권을 확보했다. 당초 노틸러스효성은 수입 부품 국산화에도 불구하고 개발 비용을 감안해 2000만원대였던 지난해 초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이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ATM업체도 지난해 출혈 수준이라고 강조했던 1700만∼1800만원을 다시 써내 올해 첫 ATM 입찰부터 무한 가격경쟁을 선언했다.

 문제는 ATM 가격이 매년 하반기로 갈수록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은 앞서 진행한 입찰보다 낮은 가격을 도입 기준가로 삼는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은행은 원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가격을 다시 제안하도록 해 논란을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업체 모두 생각보다 낮은 가격을 제안했다”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업계는 ATM의 성능보다 무조건 가격이 낮은 제품을 선정하는 입찰 관행을 문제로 삼았다. 애써 국산화를 이뤄도, 성능을 높여도 사실상 가격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본 입찰도 BMT 결과는 적합 여부만 반영됐으며, 이후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업체별로 큰 성능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상반기 ATM 입찰을 앞둔 A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별 차이도 없는데 국산 제품만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가격에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가 되풀이되는 출혈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닭(최저가 입찰 개선)’이 먼저인지 ‘달걀(과당 경쟁 자제)’이 먼저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은행이 가격과 별개로 제품을 선택할 정도로 차별화한 기능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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