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국내 시장 진입을 계기로 소프트웨어(SW) 유통의 대변혁이 촉발됐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보급됐고 무선 인터넷 대중화도 구체화되고 있다.
‘앱스토어’로 상징되는 아이폰 효과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 끼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세계 최고를 자부한 우리나라 ICT 생태계는 중대한 변화를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드웨어(HW)에 치중된 우리나라 ICT 생태계 전반을 재평가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ICT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 ICT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 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은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ICT와 국가경쟁력’을 주제로 3월 정기모임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ICT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전 수립 필요성과 방법론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제호 성균관대 교수와 박현제 주인네트 대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중장기 전략과 비전 마련이 선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기적 비전이 아닌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HW 등 전자제품 강국과 ICT 강국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된 비전이나 전략을 구체화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아이폰을 계기로 SW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 세계 SW 시장 규모를 감안하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SW가 ICT의 핵심이라면 보다 적극적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ICT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거대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10년 혹은 20년을 내다보는 비전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가 ICT 발전을 위해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하는 데 이렇다 할 대책이 있는 지 궁금하다”며 “ICT 발전 전략과 발전상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는 한편 새로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자는 의견과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자는 의견도 잇따랐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장은 스마트폰과 3차원(3D) 열풍을 통해 SW와 HW가 결합될 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 융합을 통해 제 2의 ICT 혁명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유 소장은 “그동안 분리됐던 SW와 HW를 어떻게 연결시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융합을 통해 가치를 제고한다면 ICT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 ICT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건전한 ICT 생태계를 구축하는게 국가경쟁력”이라고 역설했다.
신상철 RFID/USN 센터장은 골프선수 소렌스탐이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 전 홀 버디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노력한 결과, 여제라는 칭호를 얻었다며 우리나라가 ICT 1등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1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만큼 정신재무장을 통해 보다 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원식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한기호 한국방송통신대 방송대학 TV감독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ICT 강점을 극대화, 성공 모델을 창출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 고문은 “우리나라 싸이월드와 미국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교하면 기본 컨셉은 분명 우리나라가 한 발 앞섰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고문은 “아이폰이 기존에 없던 기능을 새롭게 추가한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히트 상품이 됐다”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 우리나라 ICT 모델을 전 세계 시장으로 확산시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한 감독도 아이폰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제품보다 나을 것이 없다며 “ICT 경쟁력 강화를 위해 SW를 포함, 콘텐츠의 글로벌화와 함께 제2의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우는 스마트폰의 접근성 확보를 위한 이용자인터페이스(UI) 등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태명 교수는“SW와 HW를 융합하지 못하면 ICT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은 자명하다”며 “진정한 ICT 강국으로 거듭나 글로벌 사회에 기여하는 ICT 1등 국가로 자리매김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열띤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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