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와 KISDI.’
대한민국 통신정책의 양대 브레인으로 꼽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에 힘의 이동이 감지된다. 한 곳은 통신방송정책을, 다른 한곳은 통신방송연구개발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기관이다.
KISDI가 정보통신 관련 정책을 만들며 주도해왔으나, ETRI가 기존 기술경제연구소를 기술전략연구본부급의 대단위 조직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이들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ETRI는 이 부문에서만 KISDI 연구인력 전체숫자보다 많은 200여명을 포진시켰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KISDI를 제치고 접속료 산정작업을 ETRI에 맡기면서 양 기관의 희비가 엇갈렸다. 방통위는 지난 2006년 이후 KISDI에 줄곧 맡겨 왔던 원가 분석 등 회계 관련 각종 작업을 최근 시장조사과 내 회계 전담반에 일임했다. 이를 위해 회계사 출신으로 구성된 전문 계약직 사무·주무관도 7명 특채했다. 이 업무는 다시 ETRI로 위촉됐다. ETRI는 원가예측 모형(바텀업) 개발작업을 방통위로부터 새로 위탁받아 추진 중이다. 회계 작업을 KISDI에서 수년간 담당해 온 연구원도 지난해 ETRI로 이직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어차피 매년 통신사업자들의 각종 회계분석 작업은 필요하기 때문에 위원회 내에서 소화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특히 원가 분석작업 등은 기업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방통위가 직접 체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평소 KISDI의 정책 지원태도에 대한 방통위의 불만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파 박사들을 중심으로 한 KISDI 연구원 특유의 ‘뻣뻣함’이 방통위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 정책의 특성상 공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 많아 ETRI에 신규 프로젝트를 의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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