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경영복귀로 삼성그룹에 대대적 조직개편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고 주문했던 지난 1993년 신경영선언에 버금가는 경영 혁신 가능성도 높아졌다.
우선 삼성전자는 이 회장 복귀에 맞춰, 삼성전자 내 그룹의 헤드쿼터 역할을 할 회장실을 설치했다. 회장실은 지난 2008년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의 기능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삼성그룹에 설치됐던 구조조정본부가 삼성전자 내 조직으로 다시 부활하는 셈이다.
이인용 삼성그룹 부사장(커뮤니케이션팀장)은 “회장의 경영활동을 보좌하는 회장실을 삼성전자에 설치한다”며 “사장단협의회 산하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우선 사장단협의회 산하조직인 업무지원실을 확대·개편한다. 이인용 부사장이 이끄는 커뮤니케이션팀을 브랜드관리실로 한 단계 격상시키고, 법무실을 글로벌 위기경영에 신속히 대처하는 위기관리실 또는 윤리경영실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회장실의 조직과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얘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삼성전자 회장실은 이들 3개 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주요 역할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중복사업 조정과 대규모 투자 및 신수종사업 발굴 등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게 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등 삼성의 미래 신수종 사업을 담당하는 신사업추진단의 역할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 구조본은 에버랜드 편법 증여 문제가 불거진 이후 2006년 전략기획실로 재편됐다. 2008년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동시에 퇴진하면서 전략기획실마저 해체됐다.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삼성그룹이 글로벌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의 건의를 받고 한 달간 고심했던 이건희 회장이 일본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복귀를 전격 결정한 것은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경영일선 복귀와 관련해 현 상황을 진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삼성그룹 공식트위터(@samsungin)를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계열사 경영에도 일대 혁신이 단행될 전망이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신경영선언으로 양적 경영에서 질 위주 경영으로 바뀌었다면, 이번에는 위기에 대처하는 위기경영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이 회장의 복귀소감은 이를 예고했다.
도요타 사태가 이 회장의 복귀 시점을 앞당겼지만, 냉장고 폭발, 반도체 기술 유출 등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각종 사고 역시 이 회장의 복귀결심에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조직 개편 차원이 아니라 품질에서 경영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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