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항해 시대] (1부-10)인력난 해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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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에 맞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SW산업은 발전하는 것 같은데 전문가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인력은 많아도 원하는 사람을 데려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모 SW벤처기업 CEO)

“벤처기업은 임금과 근로여건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열악합니다. 회사의 안정성도 떨어지다 보니 벤처기업에 들어가더라도 대기업에 가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취업 준비생)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SW 개발업체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투자자금과 정부지원책이 SW업체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닷컴열풍이 불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력이다. 최근 SW를 포함한 벤처산업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으나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계획대로 사업추진을 하지 못하는 업체가 허다하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만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0%로 2000년 2월(10.1%) 이후 1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이처럼 청년실업률은 계속 치솟고 있는데도 청년들은 대기업과 급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중소기업 취업은 꺼리는 형국이다. 이른바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전개되는 전형적인 미스 매치(missmatch)다.

벤처산업이 제2의 도약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급 전문인력이 다시 벤처기업으로 몰려야 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취업예정자 및 전문인력들은 벤처기업의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모든 여건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 또한 채용을 해도 당장 써먹을 수 없다며 인력에게 불만이 크다. 중소기업청의 2009 하반기 중소제조업 인력채용현황조사에 따르면 인력확보의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력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46%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인력부족 현상은 업체 간의 스카우트 경쟁과 이에 따른 과다한 인건비,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비 부담, 훌륭한 아이템을 갖고서도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기반이 취약한 국내 벤처업계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

아이디어를 단기간에 사업화하지 못하게 되면 경쟁업체에 의해 잠식당할 우려가 상존하는 벤처사업의 특성상 업체들은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는 심각한 금융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전문가의 설명이다.

고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고도 세계적 제품으로 키우지 못한 채 국내용으로 머물게 함으로써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뒤쫓기에만 급급한 국내 IT산업이 이 같은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인력난을 잘 대변하고 있다.

벤처 1세대는 따라서 전문인력 없이는 벤처의 부흥은 요원하다고 강조한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외환위기 때 벤처가 경제 회생에 크게 기여했으며 지금 제2의 벤처 시대도 고급 인력이 나와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력난은 급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업계를 보는 곱지 않은 일반인의 시선과 스톱옵션 등 주식제도가 가졌던 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수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보상과 투명한 경영, 기업문화가 다시 마련돼야 한다.

또 기존의 중견인력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견인력을 재활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인력의 대부분을 대학 졸업생들로 충당하는 국내 기업풍토도 벤처 인력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자본과 인력 등 하부구조가 철저하게 뒷받침돼 인력생태계가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창업 후 2∼3년 내에 95%의 회사가 망하지만 그만큼 우수인력들이 재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체의 흥망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인력이 재활용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달리 국내에서는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국내산업은 투자보다는 대출형태로 추진되다 보니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 서더라도 회사를 정리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따라서 기존의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인력이 재배치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벤처산업의 특성을 살린 인력대책을 추진해야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벤처산업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벤처기업 특성을 살린 정책이 추진되기보다 일반 중소기업정책과 실업정책으로서 벤처정책이 추진됐다. 따라서 벤처산업 인력대책은 현 정부가 고용문제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일반 중소기업 정책의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벤처 인력난에 대한 문제해결은 벤처에 대한 시각과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벤처인력 양성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대부분 최고경영자층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일반 종사자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기술력 외에도 재무·회계·법률·보육·마케팅 등 더 많은 전문적인 지식이 덧붙어야 한다. 이들 종사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지만 벤처기업들이 이에 따르는 경비를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주목하고 공적 영역에서 벤처종사자의 재교육 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뤄야 한다.

전문인력 부족현상은 벤처산업의 수도권 편중문제와 맞물려 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테크노파크(TP), 소프트타운 등 지방 벤처생태계는 시장형성과 더불어 인적 자원의 원활한 공급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황이다. 특히 인력양성 시스템의 수도권 편중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똑같은 지역벤처 지원책을 내놓기보다는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산업을 양성하고 이에 맞는 인력을 흡입해야 한다. 지방에도 인력양성과 재교육을 위한 지역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 내에 인력확보 프로그램을 상시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아울러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대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소기업의 희생을 강요함에 따라 수익구조가 취약해지고 결과적으로 벤처기업의 왜곡된 임금구조가 형성된다. 벤처에 대한 세제 지원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이 하도급 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 고용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

아울러 청년의 벤처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안전판, 일자리의 이동성을 전제로 한 재교육 안전판을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대기업 등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는 위험기피 성향과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문제는 지금 같은 열악한 안전판으로는 중소기업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을 충분히 사회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재도전 기회 부여나 재교육·재훈련의 선진화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 인력 `미스매치` 해소 대책

지난해 말 정부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청년과 중소기업 정보 확충 및 취업 지원, 산학 연계형 교육 및 직업 훈련 등을 담은 ‘청년·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청년 구직자 정보를 연간 80만건 구축하고 전 부처가 보유한 우수 중소기업 6만곳의 상세 정보도 축적해 이를 연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70개 대학 취업 지원센터와 협조 체제를 만들어 구직자 명부를 수집할 계획이다.

아울러 14만명을 대상으로 한 산학 연계형 교육·직업훈련도 시행한다. 교과부와 지경부, 중기청 등이 연계해 산학 간 협약에 따라 5만9000명의 인력을 양성하고 재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노동부와 중소기업청 등은 기업채용 수요에 따라 맞춤훈련을 해 졸업생 7만9000명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0학년도에 시작되는 재직자 대상 정원외 대입 특별전형 제도를 2012년까지 대폭 확대하고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재직자가 동종분야 학과에 입학 때 근무경력을 학점으로 일부 인정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방 중기청 청사를 활용한 재직자 대상 주말 및 야간 대학 캠퍼스도 11개 지방청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과부와 중기청은 전문계고 선진화 작업을 위해 전문계고 내에 산학협력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한국산업기술대의 산학협력 모델을 광역권별 산업단지로 확산해 선순환 산학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 산업계가 참여한 취업연계 교육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벤처기업 용병시대

구직자의 취업기피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생산직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외국인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용병시대가 열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6년 말 2만4501명 수준이던 외국인 전문인력 체류자 수는 지난해 말 3만6393명으로 무려 48.5%나 증가했다.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고급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채용에 실패한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대안을 찾은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외국인 전문인력의 비자 발급 등을 주관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담당부서인 국제협력지원팀에는 최근 들어 중소기업들의 인력 요청 및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인력의 체류비 등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사업평가센터는 2월 중순 현재 중소기업들의 신청 건수가 올해 할당량(135명)의 4배에 육박하는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첨단기술 분야 인력부족 해소 및 경쟁력재고를 위해 신성장산업 분야의 해외 기술인력을 유치하는 경우, 사증발급 및 출입국 절차 등 출입국상의 특혜를 부여하는 ‘골드카드’제도 등을 통한 외국인 고급 전문인력의 국내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 대표들은 “연봉을 더 주더라도 내국인을 고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년 구직자의 벤처기업 기피에 대해 경력 관리 등 측면에서 중소벤처기업을 꺼리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젊은층의 도전정신이 못내 아쉽다는 벤처기업의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