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 [데스크칼럼] 이각범 vs 비벡 쿤드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3월 10일 첫 연구결과물을 내놨다. 3개 분야, 10대 과제로 이뤄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주요 과제 및 추진 계획‘이 그것이다. 4개월간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만든 성과라고 한다. 출범 당시부터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국가 정보화 비전을 새로 내놓겠다고 공언한 터라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발표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하지만 총 17쪽으로 구성된 추진계획이 4개월간의 연구성과물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든다. 급조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상세 계획을 만들기 전에 기본 골격만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정보화 비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과거 정보화추진위원회에 비해 달라진 게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일단 비전이 불분명하다. 국가·사회 선진화, 고용창출, IT강국 부상, 세계최고 수준 구현 등 추상적인 목표만 난무할 뿐이다. 적어도 이명박 정권의 임기말 혹은 2012년, 2015년 정도에 이루고자 하는 최소한의 정성적인 목표조차 없다.

추상적인 중장기 비전만 나열하다 보니 10가지 과제도 끼워 맞춘 듯한 인상이 든다. 국가정보화를 위한 계획인지, 한국의 IT산업 전반에 대한 발전 계획인지 헷갈린다. 10대 과제 중 하나인 IT신산업 육성이 그런 예다. 산업 발전은 정보화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닐까. 주무부처도 분명하고 말이다.

10대 과제 선정 기준도 문제다. 정보화 해외진출 지원과 국제행사 유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IT국제협력 강화도 ‘국격 향상’이라는 목표로 치장했지만, 국가정보화 10대 과제 중 하나로 보기에는 격이 떨어진다. 게다가 안전한 정보사회 구현과 정보보안체계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는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그나마 통합 국가지식인프라 구축 과제는 신선해 보인다. 미국의 데이터닷거브(data.gov)를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단순히 미국 따라하기 정도라면 이것도 문제다. 이미 국가지식포털이 운영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무려 300여억원이나 들여 행정정보 DB를 구축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데이터닷거브 같은 정보화 투자가 없었던 게 아니라 활용 전략이 없었던 게 더 문제였기 때문이다.

반면 정작 필요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공공정보화의 영원한 화두로 지적되고 있는 중복투자 방지나 IT역량 향상, 시스템 상호운영성 제고 등 IT투자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정보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들 이슈가 10대 과제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우리가 공공정보화 계획을 수립할 때 빈번하게 참조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IT어젠다는 우리에 비해 구체적이면서도 단중기 목표가 분명하다.

비벡 쿤드라 미국 연방정부 CIO는 지난해 10월 가트너심포지엄 행사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핵심 IT 전략으로 △투명성 제고 △보안 강화 △데이터 이식성 확보 △정보시스템의 민첩성 증대 △혁신에 기여하는 것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의 정보화가 민간부문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IT예산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정보화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책임자의 철학과 역할이 중요하다. CIO직제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벡 쿤드라 CIO와 이각범 공동위원장은 역할은 다르지만 국가정보화의 핵심 어젠다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비벡 쿤드라는 미국 첫 연방정부 CIO로 부임하자 마자 강력한 IT어젠다를 밀고 나가고 있다. 적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고, 여러 나라가 공공정보화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반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정보화전략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과거 정보화추진위원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핵심 어젠다를 잘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정보화 고도화의 확실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번지르한 추상적 목표로는 공공정보화의 ‘격’을 높이기 힘들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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