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신문을 펼친다. 오래된 버릇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신문을 펼치기가 두렵다. 거의 매일 지진이 발행했다는 기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설령 지진이 나지 않았다면 지진과 관련한 분석기사, 종합기사, 특집기사가 신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게 요즘이다.
솔직히 필자가 신문을 펼치기 두려운 이유는 지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걱정할 만한 위인이 못된다. 그보다는 지진으로 인해 나에게 밀려드는 여진때문이다. 즉, 업무상 밀려오는 여진을 말하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아침부터 전화벨이 시끄럽다. 물론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지진연구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담당 기자들은 “한반도는 지진안전지대인가?”라는 기사를 쓰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데스크로부터 전문가 인터뷰를 지시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전화를 하고있는 중에도 핸드폰도 계속 울려댄다. 이렇게 기자들과 입씨름을 하다보면 오전이 훌쩍 간다. 오후 들어서도 언론과의 한바탕 전쟁은 그칠줄 모른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갑작스런 원고청탁. 하루, 이틀을 앞두고 전문가 원고를 요청할 때는 정말 할말이 없다. 물론 갑자기 지진이 발생했으니 급하게 원고를 요청하는 것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언론사 요청에 맞는 원고를 쓸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듯하다.
최근에는 이곳저곳에서 전문가 강의요청이 쇄도한다. 다짜고짜 우리가 지진강의를 할 계획이니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난리다. 일정조율, 주제선정 등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자기입장만 전달할 때가 많다. 마치 당장 지진이라도 날 것처럼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아침에 신문보기를 꺼리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진이 나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또 다른 ‘지진’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구원내 지진연구센터의 역할이 그만큼 국민들에게 기여하는 바가 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략홍보팀장 bkchoi@kiga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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