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한국의 보노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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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보노보들-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물음표가 마구 쏟아진다. 이사람들… 왜 이래?’

 민족의학연구원이 서울 서교동에 ‘문턱 없는 밥집’을 냈는데, 원가 4700원짜리 유기농 비빔밥 한 그릇을 ‘그냥’ 판다. 가격을 정하지 않은 채 낼 수 있는 만큼 내란다. 처음 언론에 소개될 때 “가난한 이웃이라면 (밥값으로) 1000원을 내도 고맙게 받겠다”고 말한 게 정가처럼 굳어져 여유가 있는 손님들도 1000원씩만 내는 일이 잦다.

 청주시 쓰레기 수거 수탁업체인 삶과환경(대표 김경락)은 거둬들인 음식물 쓰레기 무게에 따라 수입이 생긴다. 쓰레기가 많을수록 사업도 좋아질 텐데, 돈 들여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전단을 찍어 아파트 단지 등에 돌린다. 이 회사…, 직원에게 다른 쓰레기 수거업체보다 월급을 20만원이나 더 주면서 4일 일하고 하루 쉬게 하는 등 일도 줄이더니, 청주시 쓰레기 수거업계 전반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려 놓았다.

 CNH종합건설(대표 이승우)은 모든 직원이 “내가 저 집을 지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간다. 부실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한국 건설업계 현실에 비춰 “내가 지었다”고 말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고 한다. 건축주가 돈만 낼 뿐 모든 건축과정에서 소외돼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공사가 끝난 뒤 건축주와 시공회사가 원수가 되고 만다는 것. 이 회사…, 착하고 양심적인 건물을 짓더니, 건축주로부터 다른 고객을 소개받는다.

 이 밖에 월 8000원(형편이 어려운 이는 3000원)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 수화 중계 인터넷전화서비스를 하는 씨토크커뮤니케이션(대표 성원규), 6만원짜리 재생자전거로 대구를 녹색교통도시로 만들려는 희망자전거제작소(대표 김경민) 등 한국 곳곳에서 굵은 땀을 흘리는 사회적 기업 36곳의 따뜻함을 책에 담았다. 이 사람들…, 병자와 약자를 따돌리거나 멀리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한국의 보노보들’이다. 안치용·이은애·민준기·신지혜 외 지음. 부키 펴냄. 1만4000원.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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