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Analysis - CMMI 성숙도 5단계, 프로세스 개선의 끝이 아닌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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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부설 연구기관인 SEI(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는 매년 6월 말과 12월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역량성숙도모델통합(CMMI) 적용 현황을 소개하는 ‘프로세스 성숙도 프로파일(Process Maturity Profile)’을 발표한다. 가장 최근 발표된 작년 6월 말 기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총 4726건의 공식 심사가 전 세계 67개국 2963개 기업 3906개 조직의 2만5013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수행되었다고 한다. CMMI 모델이 발표된 2002년에 고작 12개국 52개 기업 93개 조직의 357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100건의 공식 심사가 수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엄청난 증가다.

 국내의 경우에도 초반에는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의 기업만이 CMMI를 도입하고 인증을 취득했던 것이 작년 말 기준으로 볼 때 56개 기업 65개 조직이 CMMI 인증을 취득할 정도로 CMMI를 적용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단순히 CMMI 적용 기업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그 내용 면에 있어서도 CMMI의 전체 5개 성숙도 단계 중 성숙도 2단계 26개, 성숙도 3단계 32개, 성숙도 4단계 4개 그리고 최고 단계인 성숙도 5단계 3개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CMMI 인증을 취득한 기업 목록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하나의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비록 숫자상으로 인증 취득 기업 수는 늘었지만 꾸준히 인증을 유지하고 있거나 더욱 높은 성숙도 단계의 인증을 취득해 가고 있는 기업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바꿔 얘기하자면 국내에서 CMMI 인증을 취득하는 다수의 기업들은 성숙도 2단계나 3단계 인증을 취득하면 더 이상의 개선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원복 교수는 그의 저서 ‘먼 나라 이웃나라’의 우리나라 편에서 한국인을 세계에서 가장 과격하고 성급하고 맹렬하고 지독하며 명석하고 근면하다고 정의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이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심할 정도의 경쟁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하고 그것도 더 잘해야 한다. 그런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반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 붓는 탓일까, 아니면 남에게 보일 만큼의 수준만 되면 더 이상은 의미가 없기 때문일까,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하면 쉽게 느슨해진다. 즉, 진득하게 오래 지속하는 것이 부족하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 99.9도까지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그러다 보니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물이 끓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서 가열을 멈춰 버린다면 물은 결코 끓지 않는다.

 좀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지난 1998년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한 조직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당시 조사의 대상이 됐던 조직의 83%는 처음 3년 정도 개선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다 포기했는데 이렇듯 포기했던 조직의 57%는 일정 기간 경과 후 다시 개선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을 끓여야 하는데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불을 껐지만 어쨌거나 물은 끓여야 하기에 다시 불을 켠 것이다. 그러면 또 기다려야 한다.

 CMMI는 그림과 같이 5개의 성숙도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즉, 조직이 성숙해져 나가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성숙도 2단계나 3단계에서 멈춰버린다면 처음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시작했을 때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더러 그나마 힘들게 얻은 성숙도 2단계나 3단계의 수준마저도 잃게 될 수 있다.

 ◇프로세스 개선에는 끈기와 시간 필요=프로세스 개선 활동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지루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결국은 중도에서 포기하게 하다. 따라서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적절한 자원과 스틸을 확보해야 하며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위한 명확한 실행계획이 있어야 한다.

 △프로세스 개선 비전 수립

 대부분의 기업은 비즈니스 비전이 있으며 경영층은 이를 기업의 전 계층에 전파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비전이 장기적으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이의 공유를 통하여 일관된 방향으로 기업의 모든 노력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도 기업 내에서 수행하는 하나의 활동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전 달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수립돼야 한다. 프로세스 개선 비전과 기업의 비전이 불일치할 경우에는 프로세스 개선 활동의 주요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CMMI의 특정 성숙도 단계에 대한 인증 취득을 비전으로 삼게 된다면 인증서를 받는 순간 더 이상 개선 활동을 수행할 의미는 없어지는 것이다.

 △변화에 동화되기 위한 스킬 확보

 일반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은 기존 문화나 행동 양식에 익숙하여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저항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로 인해 본인에게 어떠한 피해가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저항하는 것인데 이는 변화되는 내용이 무엇이고 본인들이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교육 등을 통해 스킬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저항이 이른 시간 내 극복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 차원에서는 생산성 감소라든지 아니면 기존 인원의 이탈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에 마이너스 효과가 있게 된다.

 △현실적인 보상체계 정립

 보상체계의 정립은 프로세스 개선 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대한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한 활동이다. 그러므로 프로세스 개선 활동 결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정의하고 이를 사전에 공지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이 기업 전체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상을 할 때에는 몇 가지 원칙을 가져갈 필요가 있는데, 첫째는 한 명의 영웅에 대해 보상하는 것보다 조직에서 바라는 모습이나 태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며, 둘째는 CMMI 심사 결과에 대해 보상하는 것보다 프로세스의 개선 정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관리자나 특정인에 대한 보상보다는 팀 차원의 보상이 바람직하며 마지막으로 예산, 일정과 같은 단편적인 측면보다는 균형 성적표(BSC)와 같은 균형 잡힌 평가 척도에 따라 보상하는 것이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 수행을 위한 자원 확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처음 시도하는 조직의 경우 항상 갖게 되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개선 활동을 수행할 인원을 어떻게 배정하느냐다. 결과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전담인원을 두자니 비용만 늘어나고 더욱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인력을 배정하자니 당장 사업에 어려움이 있고 하여 주로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로 하여금 기존 업무와 병행하며 개선 활동을 수행토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개선 활동에 대한 현장성 결여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느라 개선 활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대한 무용론이 고개를 들게 되고 이로 인해 개선 활동은 결국 중도에서 포기하게 된다.

 프로세스 개선 담당자는 조직 내 프로세스 개선 활동과 관련한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경험보다는 오히려 해당 조직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욱 요구된다.

 △ 명확한 실행계획 수립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실행계획 수립의 목적은 향후 추진될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조직 전체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처럼 인식해 자체 납기와 예산과 품질 수준을 가져야 하며, 이러한 제약 조건을 관리하기 위해 프로세스 개선 실행계획서를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서와 같은 수준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프로세스 개선 실행계획서에는 일반적으로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책임과 역할, 이들 인원들이 수행하는 활동들의 일정, 방법 그리고 예상 산출물 등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 개선 실행계획서의 품질은 향후 프로세스 개선 활동의 품질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프로세스 개선과 성과=미국 SEI는 지난 2006년 6월에 CMMI 적용 효과에 대한 기술 보고서(Technical Report)를 발표했다. 전 세계 30개 조직을 대상으로 CMMI 적용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평균적으로 개발 비용이 34% 감소했고 생산성이 61% 향상하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 대비 4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단순히 1∼2년 수행하고 얻게 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최소 4∼5년 이상을 꾸준히 개선 활동을 수행 결과로써 얻어진 성과다.

 그동안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따른 성과 파악을 위해서는 주로 외국 자료에 의존하곤 했지만 이젠 국내에도 성과 분석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꾸준히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한 결과, 최근 CMMI 성숙도 4단계에 도달한 국내 A조직의 경우, 프로젝트 납기 지연율이 31.3% 감소했으며 개발 기간은 13.6% 단축됐다. 특히 프로젝트 종료일 지연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변동 폭 또한 감소함으로써 프로젝트 수행상의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이 향상됐다. 그리고 이로 인해 프로젝트의 목표 이익 대비 실적 이익 달성률이 42%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CMMI는 5개 성숙도 단계 전체가 하나의 개선 프레임워크라고 볼 수 있다. 즉, CMMI 성숙도 2, 3, 4, 5단계가 하나의 개선 사이클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CMMI 성숙도 2, 3단계를 통해 프로세스들을 정의하고 반복적으로 적용해 프로세스의 안정성을 높인 후에 성숙도 4단계에서 정량적 데이터를 수집해 프로세스의 변동 원인을 찾아내고 성숙도 5단계에서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CMMI 성숙도 2단계나 3단계의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프로세스 개선 활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숙도 4, 5단계를 준비하고 이행하면서 결국에는 지속적인 개선 활동과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CMMI 성숙도 5단계 조직에서도 이러한 개선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여러분은 CMMI의 각 성숙도 단계의 명칭이 성숙도 2, 3, 4단계에서는 과거형(Managed, Defined, Quantitatively Managed)인 반면, 성숙도 5단계의 명칭은 현재진행형(Optimizing)인 것에 대해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mjl22@tqms.co.kr

■ 이민재 티큐엠에스(www.tqms.co.kr) 대표는

미국 로체스터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NYU) 대학원에서 정보기술 감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SEI 공인 CMMI 선임심사원으로서 국내 다수 기업에 대한 프로세스 개선 컨설팅 및 CMMI 공식 인증 심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Interpreting the CMMI의 번역서인 ‘CMMI의 이해’와 ’국내 기업 CMMI 도입을 위한 안내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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