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부르는 ‘산 이름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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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 ‘늑장출동’ 원인…구조대상자 사망으로 이어져

한반도 남쪽(남한)에만 2만5000분의 1 지도에 이름이 표기된 산과 봉우리가 4300여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면적의 70%가 산이라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마운틴 컨츄리(mountain country)라고 한다. 산이 많은 만큼 우리 역사와 문화는 산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고 큰 산은 신성시하여 소중히 가꿔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여러 줄기 도로가 새로 뚫리고 수많은 인공물 설치되고 있다. 이처럼 산을 훼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자해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현대인들에게 산의 존재는, 건강을 지키는 도구 이상이 아닌 게 현실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 나선다. 산행은 산을 오르고 능선을 걷고 산을 내려오는 걷는 운동의 연속이다. 자연과 함께 하며 땀을 흘릴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자 취미라고 생각하여 산행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평소 산을 자주 다니는 사람도 있고 친구 따라 그냥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산행사고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것도 현실이다. 산행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경사를 오르면 갑자기 심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고, 발목을 삔다든가, 넘어지거나 할 때 크게 다치지 않도록 미리 신체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산 이름 헷갈려 구조대 도착 지연

얼마 전에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자리한 가야산 원효봉을 오르다가 겪은 일이다. 원효봉에서 119구조대원들이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등산객에게 인공호흡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헬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상황을 들어 보니 사고자 일행이 119구조대에 신고를 한 후, 너무 늦게 119대원들이 사고현장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일행은 119구조대에 신고를 할 때 사고지점을 원효봉이라고 알렸는데, 119구조대원들이 ‘원효봉중계소’(가야봉)까지 갔다가 원효봉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원효봉과 119구조대가 알고 있는 원효봉이 달라서 생긴 문제다. 119구조대가 알고 있는 원효봉은, ‘원효봉중계소’ 라고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가야봉이다. 가야산 주봉인 가야봉 높이는 해발 678m, 원효봉은 605m다.

산과 봉우리는 크게 3가지에 근거해 이름을 붙인다. 즉, 산 소재 지역 관할 행정부서에서 표지판을 설치해 놓은 것, 등산객이 가지고 다니는 책자와 인터넷 정보물,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불러오던 이름이 그것이다. 이 3 가지 이름이 같으면 문제가 없다.

이름 뒤바뀐 봉우리 안내 표지판

그러나 예산 가야산에선 봉우리 이름이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오래전부터 혼란을 주고 있다. 중계소가 가야봉에 설치되어 있어 가야봉중계소(또는 가야산 중계소)가 올바른 표기이다. 산행책자와 지도에도 가야봉과 원효봉이 서로 다른 지점으로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관련기관에서는 ‘원효봉중계소’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중계소를 오르내리는 갤로퍼 지프차에 새겨진 글귀도 ‘대전MBC 원효봉 중계소’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사진에서처럼 중계소는 가야봉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입구의 표지석에는 ‘원효봉중계소’라고 적혀 있다. 덕산면 대치리에서 가야산을 오르는 길 입구에도 ‘원효봉중계소’란 안내판이 서 있다. 원효봉은 가야봉과 40여분 떨어진 남동쪽으로 위치하고 있는 다른 봉우리이다. 나중에 원효봉에서 사고당한 분이 사망했다는 예기를 들었다. 구조대원들이 가야봉으로 가지 않고 곧장 원효봉으로 왔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해빙기를 맞아 낙석사고 등 산행 안전사고에 대한 등산객 스스로 주의가 요구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반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잘못된 표기가 수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게다가 충청남도에는 재난대비 구조헬기가 1대뿐이라고 한다. 앞선 사례 때도 구조헬기가 대전에서 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다고 했다. 헬기 1대만으로 넓은 충청남도 전역을 커버 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 가야산에 대해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막아주고 광활한 내포평야를 일구고 있는 산이 가야산으로, 9정맥 중에 금북정맥에 속한다. 지구의 지붕 에베레스트산에서 동쪽으로 중국 곤륜산을 거쳐 우리나라 정기의 원천인 백두산으로 정기가 이어지고, 백두대간을 거쳐 속리산 천왕봉에서 서쪽으로 안성 칠장산에 이른다(한남금북정맥). 가야산은 칠장산에서부터 서해안 안흥으로 흐르는 금북정맥에 자리하며 <산경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기 서린 명산이다. 조선 영조 때 신경준이 만든 <산경표>는 우리나라 전국의 산맥 분포를 나타낸 표다.

가야산을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주민들은 5봉산이라고 한다. 덕산온천 방향에서 시작하여 원효봉-가야봉-석문봉-옥양봉-수정봉이 가야산을 이룬다. 5봉 중에 가야산의 주봉은 가야봉이다. 가야봉 정상에는 TV와 통신 중계를 위한 안테나 5개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 남산중계소에서 보낸 전파가 이곳 가야산중계소를 거쳐 대전 식장산으로 전송된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진이 전문기자(jinyi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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