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1부-7)통신 B2B에서 길을 찾다-금융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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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7시 30분

 무역회사에 다니는 모승훈 씨는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근처에 있는 삼겹살 식당에서 5% 할인 쿠폰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고교 동창 이태범 씨와 저녁을 먹기로 한 승훈씨는 삼겹살로 메뉴를 정했다.

 소주 한잔에 얼큰하게 취한 승훈씨는 결제를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얼마 전 발급한 모바일카드로 결제했다. 휴대폰에는 결제정보와 카드포인트 적립내용이 뜬다.

# 오후 9시 45분

 2차로 맥주 한잔 더 마시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로 주변 빌딩을 비쳐 본다. 대각선에 보이는 주상복합 건물 2층에 호프집이 잡힌다. 이통사의 증강현실 서비스다.

 그곳으로 옮겨 500㏄ 생맥주 몇 잔을 마시고 헤어진다.

# 다음날 오전 11시 30분

 전날 술 때문인지 얼큰한 국물이 생각난다. 마침 사무실 근처의 생태 전문식당에서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가입자 위치와 전날 결제 정보를 활용한 정보 제공이다.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12시 10분 예약을 한다.

 # 오후 4시 50분

 거래처 김연아 씨의 결혼식이다.

 평일 오후 7시 광화문 회사에서 삼성동 결혼식장까지 가는 건 무리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접속, 축하 영상을 남기고 축의금까지 전달했다.

 201X년 어느 날. 모승훈 씨의 이틀간 생활이다.

 결제와 광고, 증강현실(AR) 등을 결합한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가 모 씨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폰 하나로 처리하지 못하는 금융 서비스는 없다.

 회사 빌딩 1층에 있는 은행지점을 방문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여섯 대가 넘던 지점의 ATM도 지난달 두 대로 줄었다. 이제 은행은 자산관리 등 개인 재무 컨설팅을 받기 위한 방문을 제외하곤 거의 찾을 일이 없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2일 출범한 하나SK카드는 스마트페이먼트라는 모바일 신용카드를 선보인다.

 휴대폰에 신용카드 정보와 멤버십 카드 등을 삽입해, 결제 기능 말고도 각종 쇼핑정보를 단문메시지(SMS)로 실시간 전송하고 모바일 할인쿠폰을 보내주는 등 양방향 서비스도 제공한다. 쇼핑 후 모바일 전용 결제창구에서 상품별 할인쿠폰이 자동으로 차감되며 마트와 통신, 카드사의 멤버십 포인트가 동시에 적립된다.

 제3의 화폐로 군림했던 플라스틱 신용카드 시대도 저물고 있다. 더불어 이전까지 이야기되던 금융산업의 틀도 깨지고 있다.

 금융은 통신과 만나 통신은 금융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에 맞춰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이동통신사와 금융사들의 짝짓기도 시작됐다.

 새로운 ‘통신+금융’ 산업의 출현이다.

 ◇손안의 은행=지난해 11월 KT가 아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스마트폰 뱅킹 시대가 열렸다. 같은 해 12월 하나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하나N뱅크’ 서비스를 선보였고, 기업은행이 지난 1월부터 ‘스마트 뱅킹’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이들 두 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은 사람은 약 11만명이다. 아이폰 이용자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증권사의 스마트폰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인기다. KB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아이폰을 통해 HTS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미 9만명 이상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았다.

 통신업계는 연말까지 최다 400만대의 스마트폰을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면 서비스 첫 해인 올해만 스마트폰 뱅킹 이용자가 100만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대형 은행도 4월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통신·금융 간 결합은 스마트폰 뱅킹에 국한되지 않는다.

 T커머스 역시 주목받는 모델이다. 통신과 금융에 전자상거래까지 융합된다.

 지난해 11월 KT는 ‘T커머스 지불 결제 컨소시엄’과 함께 T커머스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television)과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단어로, 인터넷TV를 이용한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텔레비전이 디지털통신망에 연결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홈쇼핑과 홈뱅킹·증권투자 등의 금융업무와 각종 부가서비스가 가능하다. KT의 T커머스는 IC카드를 직접 셋톱박스와 연결된 리더에 꽂아 결제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케이블TV가 리모컨 등으로 카드번호 등을 입력하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T커머스 지불 결제 컨소시엄에는 신한카드, 국민은행, 농협중앙회, 비씨카드, 우리은행, 하나카드,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씨티은행 등과 관련 솔루션 보유업체인 미디어벨로가 참여했다.

 ◇통신·금융사 출범=금융사와 이동통신사의 결합도 시작됐다.

 며칠 전 하나SK카드가 출범식을 가졌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각각 51%, 49%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다.

 하나SK카드는 SK텔레콤의 숙원인 금융사업 진출의 꿈을 이뤄주기도 했지만 산업간 융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찾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모든 산업과 연관성이 깊은 결제시스템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모바일 카드 결제를 통해 고객들의 구매 패턴과 기호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광고 등 다양한 부가 사업도 할 수 있다. 고객의 로열티를 높여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는 것은 오히려 부수적인 효과다.

 KT도 지난달 신한카드가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14.85%)을 사들이기 위한 실사 작업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교환, 실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비씨카드는 우리은행(27.65%), 보고펀드(24.57%, 우호지분 합치면 30.68%)가 양대 대주주다. 따라서 KT가 신한카드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 우리은행·보고펀드에 이은 3대 주주가 된다. 비씨카드와 손잡고 모바일 카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신한카드와 ‘신한 KT 모바일카드’를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통신회사들이 앞다퉈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유선에 이어 무선까지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과 수익을 창출하려면 이종산업, 특히 금융과 결합해 나오는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다. 통신사의 모바일 기술과 카드사의 결제가 묶인 새로운 이종 간 융합서비스가 성공하면 카드업계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통신과 금융의 융합은 글로벌 트렌드로 규정, 신성장 엔진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이유다.

 ◆온라인 금융의 새로운 플랫폼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온라인뱅킹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무선인터넷이 되는 곳 어디에서나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는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의 중간 형태다. 즉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인터넷뱅킹으로 이해하면 쉽다. 다양한 금융거래가 가능하지만 서비스 초기 단계라 일부 서비스는 제한을 받는다.

 현재 은행권은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10일 ‘하나N뱅크’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N뱅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하나은행 인터넷뱅킹에 가입해야 한다. 이미 가입한 상태라면 별도의 영업점 방문이 필요없다. 기존 모바일뱅킹과의 차이점이다. 그 다음 앱스토어에서 하나N뱅크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실행한 후 공인인증서를 복사·발급받고 로그인한 후 서비스에 가입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은행도 지난 1월 13일부터 아이폰 뱅킹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인터넷뱅킹에 가입돼 있다면 별도의 영업점 방문은 필요없다. 앱스토어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각종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현재 예금조회 및 이체, 펀드 조회 및 MMF 환매 신청, 신용카드 승인 내용·청구 명세 조회, 환율 조회 등 다양한 금융거래 서비스가 가능하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좀더 많은 은행이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증권사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달 10일 KB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아이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선보인 데 이어 17일에는 미래에셋증권도 서비스를 오픈했다.

 SK증권과 대신증권도 시세조회 서비스를 우선 선보이고 점차적으로 계좌조회 및 주식주문·거래 서비스는 물론이고 선물·옵션 거래기능까지 지원하는 등 서비스 폭을 점점 확대해 갈 방침이다.

 스마트폰뱅킹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금융권도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보안상 취약점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이는 스마트폰 뱅킹 등의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폰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은행은 물론이고 금융권 전체가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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