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서 찾은 독립운동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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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절 특집 ‘초월의 비장 진관사 태극기’

 (KBS 1TV 3월 1일 오후 12시 10분)

 

 2009년 5월 천년 고찰 진관사 칠성각 해체 복원 작업 중 불단 밑에서 비밀스러운 물건이 발견된다. 태극기와 독립운동계 신문 16점이었다.

 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진관사 태극기는 90여 년 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사용했던 그 모양 그대로 규격에 맞게 그려져 있었다. 또 16점의 독립운동계 신문 중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독립의식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신대한’을 비롯해, 당시 상해 임시정부와 서울 간에 연락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유물들이 발견됐다. 이 유물을 처음 받아 본 진관사 총무 국장 법해 스님과 함께 90년 동안 묻혀 있었던 이 태극기가 누구의 것인지, 왜 이곳에 숨겨둔 것인지, 역사 속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 본다.

 독립운동을 벌인 스님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한용운, 백용성 정도지만 백초월이라는 또 한 명의 스님이 있다. 그는 일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1944년 6월 옥사했다. 그러나 진관사에서 태극기가 발견되기 전까지 그는 역사 속에 묻혀 있었다. 조상의 발자취를 찾는 유족과 그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를 빼고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출중한 대선사였던 백초월은 중앙학림 내 한국민단본부 비밀결사를 조직했다. 불교 법회를 통해 융통한 돈을 임시정부 지원금으로 송금하고 혁신 공보를 발행하는 등 굵직한 독립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기이한 행동을 많이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미치광이인 척 죽은 거북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행동을 했는가 하면, 한 여름에 모기가 물어뜯어도 모르고 추운 겨울 문을 열어 두고도 모른 채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인두로 머리를 지지는 등 일제가 행한 모진 고문 때문에 온전하지 못한 건강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를 기억하는 스님들의 전언과 일본 경찰의 비밀 첩보문건을 통해 그의 궤적이 하나하나 밝혀진다.

 또 북한산 비봉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만나는 천년 고찰 진관사는 중요한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산속에 숨겨져 있는 지형적인 조건과 독립정신이 투철한 초월 스님이 기거했기 때문이다. 태극기가 발견되면서 오대산의 월정사와 함께 진관사가 독립운동의 본거지였음이 입증된 셈이다. 진관사에는 그의 뜻을 기리는 작은 박물관 건립이 예정돼 있어 또 하나의 독립 성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KBS 1TV가 삼일절을 맞아 기획한 특집 ‘초월의 비장 진관사 태극기’는 역사 속에 묻힌 투철한 독립운동가였던 초월 스님의 행적을 발견하고, 그의 궤적을 좇으며 찾아내는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삶과 나라 잃은 민초들의 애환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삼일절을 맞아 수난의 역사 속에서 그가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자.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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