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도 팬클럽 시대

연예인 못지않은 ’팬클럽’을 확보한 디지털 기기들이 IT 업계의 판도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애플의 아이폰을 들 수 있다.

아이폰은 2007년 해외에서 처음 출시된 지 3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도입됐지만, 사용자들의 관심은 식은 적이 없었다.

애플이 신형 모델을 선보일 때마다 국내 출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으며, 국내 출시설만 1년 넘게 계속되며 수많은 언론 오보와 속칭 ’떡밥’(인터넷 상에서 누리꾼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게시물)을 양산했다.

아이폰은 국내 정식 출시 당시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선 인파로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에도 단기간에 3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스스로 개척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주요 인터넷포털에 개설된 아이폰 관련 카페만 해도 네이버의 경우 400개가 넘고 최대 카페는 회원수가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다음도 300여개의 카페에 최대 카페 회원수가 13만명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애플의 혁신을 주도한 스티브 잡스 CEO와 예수의 모습을 합성한 UCC를 만들고 있으며, 스티브 잡스는 ’잡스 신(神)’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아이폰 지지자들은 기존 IT 기기 애호가처럼 폐쇄적인 마니아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아이폰의 우수성을 ’전도’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폰과 관련된 기사나 게시물마다 속칭 ’애플빠’와 반대편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업체들도 아이폰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폰은 애플 내에서도 아이팟터치와 아이패드 등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키는 등 혁신의 상징이자 트렌드 아이템으로서 이미 단순한 기기의 차원을 넘어섰다.

올림푸스의 하이브리드카메라 펜도 독특한 복고풍 디자인으로 골수 팬층을 확보한 제품이다.

펜은 지난해 7월 국내 출시 당시 서울 강남점과 코엑스점 등 매장에서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서며 한정 판매 수량이 2시간 만에 동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펜은 물량이 도입될 때마다 매진 사례가 계속되는 등 물량 부족에 시달렸을 정도였다.

펜은 콤팩트카메라의 크기에 DSLR카메라의 성능을 갖춘 것은 물론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기존에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20~30대 여성층의 수요를 이끌어내며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 소비자는 스스로 카메라 외관을 튜닝하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등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올림푸스한국도 루이까또즈 등 명품 브랜드와 제휴해 전용 케이스를 출시하는 등 펜을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드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는 ’펜’과 ’마니아’를 합성한 의미의 ’페니아’ 포럼 행사를 주최하는 등 펜 커뮤니티 형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소니의 워크맨과 바이오도 각각의 시장에서 확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전통의 브랜드다.

워크맨의 경우 1979년 카세트플레이어 브랜드로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한 뒤 CD플레이어에 이어 M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브랜드로까지 이어지면서 31년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워크맨은 포터블 음향기기 시장을 개척한 혁신적 기기로서 브랜드 이미지에 특유의 노이즈캔슬링 기술 등 뛰어난 음질이 높은 점수를 얻으며 국내에도 폭넓은 애호가층이 존재한다.

소니 노트북 브랜드인 바이오도 1997년 첫 등장한 이래 13년째 계속되며 신제품 발표 때마다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는 업무용으로만 인식되던 노트북에 적극적으로 스타일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 고가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많은 소비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니코리아도 소니 스타일과 소니 팝업 스토어 등 트렌드를 강조한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소비자 커뮤니티와 그를 통한 입소문이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제는 성능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이미지, 스타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성공의 필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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