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News inside - 액센츄어,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인수 효과는?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가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액센츄어서울사무소가 새 인수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액센츄어서울사무소와 베어링포인트코리아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컨설팅을 제외하고는 주력 산업 분야와 컨설팅 프랙티스가 많이 겹치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액센츄어서울사무소는 지난해 4분기부터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인수를 위한 사전 실사를 착수해 현재 실사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액센츄어서울사무소의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인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조만간 이뤄될 것으로 보이며, 인수가 확정된다면 인수 시점은 오는 5, 6월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 딜로이트가 미국 베어링포인트의 공공서비스부문을 인수함에 따라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도 베어링포인트코리아를 인수하는 수순이었지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인수전 양상이 급변하게 된 것이다.

 ◇액센츄어, 베어링포인트 공공영업력 눈독=액센츄어서울사무소가 베어링포인트코리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다름아닌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공공시장 기반이다. 그동안 액센츄어서울사무소는 에너지 관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공공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한국석유공사의 글로벌 유전 인수에 따른 인수합병후통합(PMI) 프로젝트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등의 일부 사업을 수주해 수행한 바 있지만, 공공부문 영업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비교적 강점을 보이고 있는 에너지·자원 부문에서 얻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KEPCO,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공공기관을 주요 사이트로 확보하고 있는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영업력이 더해지면 액센츄어서울사무소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더 활발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액센츄어서울사무소의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인수 검토에는 액센츄어 본사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액센츄어 본사는 지난해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브라질 등 5개 국가의 시장을 성장 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액센츄어서울사무소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액센츄어 본사는 3년간 약 300억∼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ERP 분야 등에서의 액센츄어의 영향력과 공공시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한 베어링포인트가 합병할 경우 컨설팅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합병 후 원활한 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인수까지 여전히 다양한 변수=액센츄어서울사무소는 전략파트 중심으로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인수를 위한 사전 실사를 최근 완료했다. 그러나 실제 인수합병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들이 남아 있다. 우선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핵심 인력들이 상당부분 유출됐을 것이라는 데 대한 우려다. 앞서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도 베어링포인트코리의 핵심인력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점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면서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컨설팅 업계에서는 미국 베어링포인트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한국법인도 인수합병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상당수의 핵심인력들이 베어링포인트코리아를 떠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컨설팅 딜리버리 역량을 필요로 하는 딜로이트컨설팅 입장에서는 핵심인력이 빠진 베어링포인트코리아를 인수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액센츄어서울사무소측은 핵심인력이 빠져 나간 것이 인수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는 분위기다. 액센츄어서울사무소가 베어링포인트코리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해당 인력보다는 공공시장에서의 영업력과 수주 가능한 사업들을 얼마나 확보해 놓고 있느냐 하는 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베어링포인트코리아를 퇴사한 인력들은 공공부문 인력보다는 금융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컨설턴트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액센츄어서울사무소는 자사에도 전문인력들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액센츄어서울사무소 내부에서 혹시 발생할 지 모를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베어링포인트코리아가 확보하고 있는 공공부문 고객들은 대부분이 KEPCO 등 전력기업이다. 따라서 현재 전자·통신, 금융, 제조·유통·서비스, 에너지·자원조직 등으로 나눠져 있는 산업별 조직 중 에너지·자원조직이 거대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전체 실적보다는 세부 조직별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컨설팅 업체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지는 다른 조직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고, 이런 변수도 인수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딜로이트 미국 본사는 베어링포인트 북미법인의 공공부문을, PwC는 금융서비스 부문과 커머셜 서비스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 베어링포인트 일본법인은 일본PwC가 인수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당초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공공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삼일PwC가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재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액센츄어서울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딜로이트컨설팅은 왜 포기했나

지난해 3월 딜로이트 미국본사가 베어링포인트 북미법인의 공공서비스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직후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는 베어링포인트코리아를 통합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실제 인수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수합병을 위한 사전 실사나 협의는 진행됐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컨설팅은 실사 결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핵심인력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KEPCO 사업권이 결정적인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KEPCO에 대한 회계감사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맡아왔다. 최근 KEPCO는 향후 3년간의 회계감사 법인을 새로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현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매출 중 약 30%가 KEPCO를 통한 매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있어 KEPCO는 매우 중요한 고객사이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도 KEPCO가 주요 고객사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는 현재 KEPCO의 발전자회사 통합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여러 사업을 수주해 수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딜로이트컨설팅과 베어링포인트가 합병하게 될 경우 회계감사 규정으로 인해 어느 한 곳은 사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딜로이트컨설팅은 별도 법인이기는 하지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상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동일하게 회계감사 규정이 적용된다. 또 회계시스템 구축이 아닌 ERP 사업이라 하더라도 ERP내 재무영역이 있기 때문에 회계영역과 겹치게 된다. 따라서 만약 딜로이트컨설팅과 베어링포인트가 합병을 하게 된다면 ERP사업 중 재무부분은 다른 사업자가 수행해야 한다. 결국 재무부분만 따로 떼어 놓고 ERP를 구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업자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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