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고 남은 예산을 투입해 공공기관에 설치된 백열등·할로겐 램프를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듬해 2월까지 진행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공공기관들이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이미 백열등·할로겐 조명을 대부분 퇴출시킨 탓이다. 고효율 조명으로 바꾸려 해도 교체할 대상이 없었던 셈이다. 현재 공공 조명의 절반 이상은 직관형(G13베이스·사진) 형광등이다. 이 때문에 G13베이스 형광등 대체형 LED 조명을 개발·보급해야 국내 LED 조명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G13베이스 LED 조명 시장 전망과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상용 조명 절반이 ‘G13베이스’=G13베이스 형광등은 일명 ‘튜브형’ 형광등으로 불린다.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길쭉한 모양의 램프다. 조명 양끝에 달려 있는 뾰족한 전극 사이의 거리가 13㎜라는 의미에서 국제적으로 G13베이스라 통용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08년 실시한 ‘조명기기 보급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설치된 조명은 총 8억8500만개로 그 중 3억9500만개가 G13베이스 형광등이다. 약 44.7%에 육박한다. 국내 조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G13베이스 형광등이 LED 조명으로 대체될 경우 LED 시장 창출 효과가 어느 제품보다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효율면에서도 기존 형광등보다 G13베이스 LED 조명이 유리하다. 형광등의 와트(W)당 광속(㏐)이 100㏐/W 안팎으로 정체된 반면, LED는 향후 2년 내에 160∼170㏐/W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G13베이스 LED 조명이 고효율 조명의 대표 솔루션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조명문화가 비슷한 중국·일본이 G13베이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출길이 넓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영오 한국조명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LED 패키지 광효율이 120∼140㏐/W까지 향상되면서 상용 LED 조명 완제품 광효율은 기존 형광등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LED 업계, 관련 제품 개발 ‘잰걸음’=G13베이스 LED 조명이 성장할 것을 예상한 LED 조명 업계는 이미 2000년 초반부터 관련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기존 재래식 조명 기업은 물론 신생 LED 업체들까지 대거 G13베이스 LED 조명을 잇따라 개발했다. 우리나라처럼 형광등 사용 비율이 높은 일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기호 LED보급협회장은 “백열등·할로겐 등이 이미 시장에서 대부분 퇴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남은 것은 G13베이스 형광등”이라며 “세계적으로 관련 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한 발 앞서 보급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KS 제정 놓고 곳곳서 잡음=하지만 최근 정부가 G13베이스 LED 조명에 대한 한국산업규격(KS) 제정을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준 제정에 나선 기술표준원(기표원)이 G13베이스 LED 조명 기술 중 하나인 ‘안정기 호환형’ 제품에 한해서만 KS를 제정키로 사실상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표원은 이르면 다음달 KS 표준안을 예고고시한 후 오는 5월께 최종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정기 호환형 제품은 기존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형광등 시스템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반면 광효율·안정기 호환성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KS 제정에서 배제된 ‘스위칭모드전원공급장치(SMPS) 외장형’ 업계는 단체행동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SMPS 외장형 업계 관계자는 “안정기 호환형 제품이 비록 편리하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효율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KS 단독 표준으로는 부적합하다”며 “정부가 이러한 점은 고려하지 않고 호환형만을 KS 인증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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