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생명과학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인조생물학(Synthetic Biology), 혹은 인공생물학이다. 인공생물학은 특정 목적을 위해 생명체를 인공 합성하는 학문이다. 생물학·분자생물학 등 생명과학과 전기전자·컴퓨터 등의 기술과학을 결합하여 탄생한 새로운 과학 분야의 하나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비롯해 프린스턴대 등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 먼저 연구가 시작됐고 우리나라와 유럽, 일본 등에서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이 학문의 특징이기도 한데, MIT가 발행하는 과학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미 2004년 ‘우리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 가운데 두 번째로 인공생물학을 꼽기도 했다.
최근 학계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또 한번 중요한 성과가 발표됐다. 박테리아 세포에 유전공학을 가해, 서로 이야기하고, 활동을 동시에 맞추어 진동(리듬)하는 유전자 시계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쉽게 말해 세포들에 유전자 프로그래밍을 주입해 형광 단백질을 끄고 켤 수 있는 하나의 스위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지난달 네이처에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는 궁극적으로 바이오 센서나 약을 적기에 방출하는 프로그램화된 세포 등 바이오 산업에 일대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처지 역시 논평을 통해 올해가 인조생물학의 탄생 10주년임을 강조하며 이러한 발견을 통해 조만간 우리 과학자들이 생명을 조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기술만 보면 정말 놀랍고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기술과 과학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다.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지만 그 적용 방법이 항상 모두에게 이롭고 안전하고 윤리적일 것이라고 보장해 주는 것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러한 바이오 센서를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공공의 적으로 사용하면 큰 일이다. 인위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들을 조작해 강압에 의해 같은 시간에 같은 반응이 일어나도록 조절한다고 생각해보라. 조지 오웰의 고전 소설인 ‘1984’는 소위 정당(Party)이라는 정부에 의한 강압적이고 사생활이 무시되는 통제 사회가 등장함을 예고한다. 빅 브라더(Big Brother) )라고 하는 이들은 센서를 통해 전 국민의 행동 및 국민들의 생각까지 감시하고자 한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런 기술을 악용한다면 오웰의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은 분명 가치 중립적이다. 하지만 기술이 적용되는 방법과 그 대상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라면 기술도 가치적이라 할 것이다. 기술의 가치적인 측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과학자, 기술인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 아닐런지.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wycha@Study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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