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 `삼국지` 점입가경

’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던 IT 생태계 전쟁터에서 하릴없이 잔뜩 웅크린 채 영토만 잠식당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지개를 켠 것. 새로 내세운 무기는 모바일용 운영체제(OS)인 ’윈도폰7’.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대항마인 셈이다. 그간 기존 윈도 모바일 OS는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윈도 모바일의 점유율은 8.9%에 불과했다. PC OS를 주름잡는 MS로서는 참담한 성적표이다. 더구나 시장에서는 앞으로 구글의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와 애플 아이폰 OS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윈도 모바일은 계속 감소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MS가 윈도폰7에 거는 기대는 크다. MS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가 15일(현지시간)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Mobile World Congress) 2010’에서 윈도폰7을 직접 발표하며 공을 들였다. 발표 전까지 내용에 대한 보안 작전은 애플과 구글의 발표전략과 유사해 시장에서 기대감이 형성되도록 했다.

발머는 발표 당시 “사람들의 생활 속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장 잘 반영해 휴대전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미 세계 유수의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윈도폰7을 기반으로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에릭슨, HTC, 델, 도시바 등이다. 윈도폰7 기반의 스마트폰 유통에 뛰어들기로 한 이동통신사도 AT&T와 T모바일, 버라이존, 도이체텔레콤, 보다폰 등이다.

이는 제조사와 통신사 역시 윈도폰7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윈도폰7을 장착한 스마트폰은 올 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MS는 윈도폰7에서 멀티미디어 등의 서비스를 OS위에 최적화시킨 애플과 구글의 생태계 전략을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윈도폰7을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제공될 ’준(JUNE)’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제조 과정에서 MS의 입김도 예전에 비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에 MS의 검색엔진인 ’빙(Bing)’의 버튼을 장착해야 한다.

더구나 ’준(June)’ 등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MS는 제조사 및 통신사와의 긴밀한 제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초기화면도 사람(SNS 등 실시간 정보), 사진, 음악 및 비디오, 게임, 오피스, 마켓 등 6개의 ’허브(Hurbs)’ 서비스를 전달해주는 ’라이브 타일즈(Live tiles)’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특히 ’준’ 등의 멀티미디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눈에 띈다. 이는 아이팟터치 및 아이폰 OS에서 음악 및 영상을 제공하는 아이튠스가 작동되는 것과 유사하다. 여기서 MS가 윈도폰7에서 기업 위주의 사고로 제작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윈도 모바일을 넘어서기 우해 소비자 위주로 접근한 노력이 엿보인다. 게다가 멀티미디어, 검색엔진 등 서비스와의 연동은 애플과 구글이 보여준 최근 트랜드이기도 하다.

그만큼 애플과 구글, MS의 차이점이 줄어든 것으로, 앞으로 스마트폰 OS 시장을 놓고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윈도폰7은 애플보다는 구글에 좀 더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애플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폐쇄적 환경 속에 결합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구글은 이제 제조사 및 통신사와의 연합을 통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애플에 대한 견제책으로 ’도매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WAC. Wholesale App Community)’ 등 반(反)애플전선을 구축한 제조사와 이통사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지금까지 제조사와 통신사는 애플의 대항마로 선택의 여지 없이 안드로이드를 앞다퉈 내세워왔으나, 구글에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제 윈도 모바일에 대한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킨 윈도폰7이 경쟁력을 갖는다면, 제조사와 통신사는 애플과 구글, MS의 ’삼국지’ 구도를 적절히 이용할 수있게 됐다.

모바일에서의 ’삼국지’는 휴대전화와 PC, TV 등을 자유롭게 연결해주는 3스크린 영역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모바일 OS가 TV로 들어가는 작업은 진행형이다. MS는 유무선에서 ’윈도’로 통합된 3스크린 세상을 꿈꾸고 있다. MWC에서 3스크린 전략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은 맥북, 아이폰, TV 등 하나의 자사 플랫폼으로 통합된 세상을 그리고 있고,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 서비스가 어떤 기기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 ’삼국지’의 구도를 판가름할 수 없겠지만, 윈도폰7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더구나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는 계속 진화하고 있고, 애플도 올해 아이폰 차기모델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MS의 뒤늦은 분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윈도폰7이 기존 스마트폰의 틀을 깨겠다고 했지만, 구축된 내용을 보면 큰 변화가 없다”면서 “단지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반영한 것과 빙과 연결시키는 것도 특별할 것 없는 마케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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