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자책 가격 놓고 출판사-소비자 논쟁

미국에서 전자책 가격을 놓고 출판사와 소비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출판사들은 전자책 기기를 만드는 애플이나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담판을 벌여 가격을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인상된 가격에 반발하는 소비자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전자책 가격을 놓고 벌인 일전에서 첫 라운드는 출판업자들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간들과 베스트 셀러의 전자책 버전 가격이 기존 9.99달러에서 14.99달러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상된 가격은 수개월 내에 적용될 전망이지만 아직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자책 애독자들은 아마존이나 다른 소매점들이 파는 책값이 9.99 달러를 넘어갈 경우 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였다.

책값이 올라가거나 혹은 종이책이 나올 때까지 전자책 보급이 연기될라치면 열혈독자들은 즉각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아마존이나 반즈 앤 노블 등 대형 책 유통업체들의 웹사이트에 몰려가 별 한 개짜리 혹독한 평점을 주고 책이나 작가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을 달기 일쑤였다.

캐터린 쿨터스의 책 ’녹아웃’에 대해 별 한 개 평점을 준 웨인 포겔씨는 “전자책 기기 킨들로 읽을 수 있는 책값이 14.99달러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이 책은 3주째 진열돼 있다가 벌써 재고창고에 들어가 버렸다”고 혹평했다.

이처럼 온라인 상에서 몰려다니는 독자들의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출판업자들이 애플이나 아마존 등과 협상한 끝에 전자책 가격을 12.99~14.99달러로 올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독자들이 가격인상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들은 아직 전자책을 사용해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 아마존이나 반즈 앤 노블 등에서 유통되는 낮은 가격에 적응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히려 여전히 하드커버 책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전자책 독자를 위한 인기토론방을 운영하는 하비 츄트 씨는 “앞으로는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는 것이 주류가 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을 접하게 될 것이며 그들은 서점에 있는 종이책 가격보다 7달러 가량 싼 값에 책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출판사들은 전자책을 낼 때 인쇄비나 서점에 대한 이윤, 유통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종이책보다 훨씬 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기술자 조슈아 레비트스키 씨는 “책의 가치에 걸맞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종이책에 비해 인쇄할 필요가 없는 전자책이 어떻게 종이책과 같은 값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출판업자들은 전체 책 제작비용에서 인쇄비나 유통비용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한 전자출판업체의 부사장인 마크 곰페르츠는 “작가의 저작료나 편집자의 편집비용, 수백명이 일하는 출판사 비용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책의 품질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면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책이건 일정수준 이상의 품질로 생산해낸다”고 주장했다.

독자들은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채 오히려 지난 1년 이상 동안 전자책은 9.99달러에 팔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매사추세츠 주의 윌마 샌더스(70)라는 할머니는 “내가 아는 한 아마존은 전자책을 9.99달러에 팔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책 값이 오르면 책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요즘도 도서관에 다닌다. 도서관에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책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소설 ’임팩트’로 뉴욕타임스 선정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4위에까지 오른 작가 더글러스 프레스톤은 “미국 소비자들이 매기는 책값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라면서 “이는 무조건 싼 값을 주장하는 월마트 정신과 비슷한 것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