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세상만사]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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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한 TV 프로그램에서 세상 어디엔가 살고 있는 자신의 분신을 찾아주는 ‘도플갱어 사이트’가 소개되면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관련 키워드가 오르내리고 일본에 개설된 이 운세보기 사이트(omaru.cside.tv/pc/dopperu.html)를 직접 찾는 이들이 많았다. 네티즌은 해당 사이트가 일본어만 지원하기 때문에 포털의 일본어 사이트번역기와 단문번역기를 사용해 자신의 도플갱어를 찾아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단, 화제가 된 도플갱어 사이트는 심심풀이용으로만 찾아 보길 당부한다.

 도플갱어(doppelganger)는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자신과 똑같은 대상이나 환영을 보는 현상을 나타낸다.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에서 이 말이 처음 사용됐다.

 심리학·정신분석학적으로는 오토스코피(autoscopy·자기상 환시)라고 일컬어지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거나 자신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에 생기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간주한다. 최근 그 의미가 확대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언급되기도 한다.

 자신의 분신에 대한 이야기는 예로부터 세계 곳곳에서 전래되고 있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자신의 환영을 가리켜 레이드(wraith), 혹은 패치(fetch)라고 부르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 상징이나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분열된 대상을 보는 것은 머지 않아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암시하는 징조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며 죽음을 부르는 도플갱어는 보통 본인의 눈에만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환상 때문에 도플갱어는 R.L.B.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나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등 문학이나 영화의 소재로 널리 사용됐다. 죽음을 암시한다는 속설과 달리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21세 때 8년 후의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83세까지 장수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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