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무더기 연착은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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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신호기고장으로 최대 1시간50분 늦게 도착

2004년 4월 개통 이래 잦은 연착으로 ‘지각철’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온 KTX가 또다시 ‘대형사고’를 쳤다.

10일 오전 6시36분부터 8시12분까지 1시간36분 동안 고덕~천안아산역 27㎞ 구간에서 열차 25대가 연착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열차마다 연착시간이 달라 짧게는 4분에 지연에 그쳤지만 제시간보다 최대 1시간50분이나 늦게 도착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10일 사고시간대 KTX 열차에 탄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날 오전 6시 정각 부산역을 출발한 상행선 106호 KTX 열차에 탔던 한 승객은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기다리는데 1시간이 넘게 열차가 오질 않아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특히 “서울 ‘큰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예약했던 한 아주머니는 어렵게 예약하고 기다린 게 물거품이 됐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면서 “또 많은 승객들이 코레일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등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KTX 시간표에 따르면, 오전 8시17분 천안아산역을 떠나 8시52분 서울역에 도착할 예정이던 106호 열차는 결국 제시간보다 1시간4분이나 늦은 9시56분께야 서울역에 이르렀다.

KTX 무더기 연착사고에 대해 이날 오전 코레일 관계자은 “KTX 천안아산역의 신호시스템에 장애가 생겨 오전 6시36분부터 8시12분까지 1시간36분 동안 고덕~천안아산역 27㎞ 구간에서 상하행선 열차 25대가 연착했다”고 밝혔다.

연착시간이 1시간36분간이나 지속된 데 대해선 “KTX 신호시스템이 복잡한 기계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탓에 복구에 시간이 걸렸다”면서 “신호기 고장이란 보고를 받았을 뿐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확인할 수 없으며 원인 규명을 위해 내부 조사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또 “아직 연착사고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코레일 잘못”이라 인정하며 “피해를 입은 승객들에겐 환불기준에 따라 승차권 값을 환불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더기 연착사고는 수많은 귀성객이 KTX를 이용하는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일이라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란 지적이 일고 있다. KTX의 안전성도 문제점으로 떠오를 여지도 충분하다.

이에 대해 한 재난관리 전문가는 “이른 오전 수천 명 승객들이 탄 KTX 열차가 무더기 연착사고를 일으킨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며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빼앗은 것만으로도 재난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귀성객들이 이용할 설 연휴기간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면서 “게다가 이번에 장애를 일으킨 신호시스템은 KTX의 핵심 안전장치인데, 앞으로 신호시스템 장애로 대형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 꼬집었다.

2004년 4월1일 개통된 KTX는 2006년 10월29일 하루 이용객 15만명을 넘어섰고, 2007년 4월과 2008년 8월 각각 이용객 1억명, 1억5천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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