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성공파도](266)직장탐구생활-빈둥거리면서 우리만 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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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으로만 일하는 상사, 고갯짓으로 지시하는 상사, 힘든 일은 부하에게 미루는 상사, 뒷짐지고 어슬렁거리는 상사, 부하의 업적에 묻어가는 상사가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당신, 더하라"라고 외치면서 자신은 퇴근 무렵에야 나타난다. 중요치도 않은 오탈자를 찾아낸 것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자질구레한 일에 호통치며 트집잡는 것으로 비로소 상사 역할을 다한 줄 안다. 빈둥거리는데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럽다.

손바닥을 부랴부랴 부딪혀 빨리 박수칠 때도 있지만 한박자 한박자 감정을 담아 천천히 박수칠 때도 있다. 많이 감동하고 정말 격려해주고 싶을 때는 빨리 박수가 나올 것 같지만 뜻밖에도 천천히 박수를 친게 된다. 한땀 한땀에 진정어린 감동과 격려가 실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부랴부랴 해치워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발자국 발자국마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빈둥거리고 놀고 있는 것 같지만 상사는 발로 일하지 않고 머리로 일한다. 우리는 발이 바쁠 뿐 가끔 회사 생각하지만, 상사는 빈둥거리지만 가끔 딴 생각한다. 내년사업 전략은 어찌 세울지, 어디로 이사를 가야할지, 타부서와 어찌 조율해야 할지, 피말리는 구상과 고민들이 이어진다. 우리는 퇴근하면서 책상에 마음도 두고 오고 머리도 두고 오지만 상사는 좀처럼 회사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제 밤샜다고 자랑하는 친구보다 어제 너무 잤다고 엄살 부리는 친구가 시험은 더 잘 본다. 우등생의 감추어둔 숨은 노력을 알아채듯, 상사의 보이지 않는 고민을 눈치채자. 빈둥거린다고 손가락질 하지 말고 응원하고 격려하자. 서로 믿고 서로 존중해야 서로 행복하다. 토인비는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사이의 고리가 불신과 증오로 채워질 때 국운은 기울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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