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HAC디자인연구소 김주겸 주임
제품 디자인은 ‘배려’다.
사용자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편리하게, 보다 안전하게,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다.
유럽시장을 타겟으로 개발한 벽걸이 에어컨은 작년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한 제품이다. 유럽의 한 가정을 직접 방문했을 때 에어컨이 눈에 띄지 않고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기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했다.
심플하고 우아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벽걸이 에어컨 중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의 신소재를 과감히 적용했다. 처음 시도라 소재 개발을 위해 수 차례 직접 업체를 찾아다니는 고생 끝에 나온 디자인 목업을 보았을 때 ‘아∼ 이건 될 놈이다’ 싶은 만족감이 밀려왔다.
겉으로 보기엔 디자인이 단순해 보이지만, 에어컨이 작동하면 우측 메인 패널에 숨겨져 있던 히든 디스플레이(냉방일 때는 블루, 난방일 때는 레드)의 은은한 라이팅으로 감성적인 느낌을 더했다. 마치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10년 후면 모든 가전은 모두 벽 속으로 들어가 인테리어의 한 요소가 될 것이란 인사이트의 반영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디자인, 생태적 환경을 중요시하는 건축 등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생활 곳곳에서 불편하고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을 발견하면 해결책을 생각해보다가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이번 벽걸이 에어컨에 유해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장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박스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조각품이 아닌 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제품 기획부터 기술까지, 디자이너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성공적인 제품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협력은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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